불황의 바닥을 언제 탈출할 것인가.

이 궁금증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줄곧 제기돼 왔고 그에 대한 해답은
시시각각 달라져 왔다.

기아사태의 영향으로 당초 9~10월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6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선행종합지수가
5월보다 0.7%증가, 지난 2월이후 4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선행종합지수는 통상 7개월이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지표상으로는 오는 9~10월께 경기가 저점으로 통과할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분석에 따르면 6월중 수출(물량기준)증가율은 26.8%로 95년 8월
(27.8%)이후 가장 높았고 이에 힘입어 생산은 12.4%로 95년6월(6.4%)이후
최저치를 기록,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외하면 재고조정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통계청의 이번 분석에는 7월중에 발생한 기아사태가 반영돼 있지
않아 기아사태해결결과에 따라 경기회복시기가 늘어질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아사태가 경기회복을 얼마만큼 지연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기아그룹의 매출액은 95년기준으로 국내전산업의 1.3%, 제조업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더욱이 5천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생산차질 등을 감안하면 기아그룹이
국민경제에서 앞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큰 것이라는 시각이 그
하나다.

또 다른 시각은 기아사태는 심리적인 충격은 크지만 실제로 경기회복
재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올들어 몇몇 재벌그룹이 부도가 나거나 또는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았지만 수출증가를 원동력으로한 생산증가 및 재고감소추세가 지속돼
왔다는걸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어쨋든 기아사태는 우리경제에 큰 주름살을 던져주고 있으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겨울이 깊고 추위가 심하면 따뜻한 봄은 더욱 기다려지는 법이다.

하지만 불황탈출과 호황으로의 전환이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언제 경기회복이 시작될 것인가를 전망하기에 앞서 경제의
구조조정노력을 얼마만큼 펼치고 있느냐를 점검해야 한다.

봄이 되면 외투를 벗듯 경기가 회복되면 구조조정의 각오와 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황의 터널속에서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체질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모든 힘이 모아져야 한다.

그런노력 없이 경기회복시기만을 따진다면 비록 경기가 회복된다해도
호황의 지속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제도와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이 경쟁력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가.

또 다른 기업그룹의 부도사태는 없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잘못된걸 바로 잡아야 한다.

언제 누구와 경쟁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처럼 시급한게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