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특수강은 재계 순위 8위인 기아그룹을 흔들어 놓은 주범중 하나로
지목돼온 그룹내 애물단지였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그룹 전체 적자(1천2백90억원)의 68%에 달하는
8백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매출(3천2백6억원)의 4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기아특수강이 이처럼 그룹 부실의 주범이 된 것은 업종 자체가 수익성이
낮은 대규모 장치산업인데다 생산제품도 다품종 소량생산의 자동차 부품
이어서 이윤이 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특수강은 이런 업종에 무리한 설비증설에 나섰다 실패해 결국
그룹의 발목까지 잡았다.

기아특수강은 군산공장에 연산 15만t의 설비를 올해까지 72만t으로 "과감히"
늘렸다.

여기에만 약 1조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삼미특수강이 지난 91년까지 연산 1백만t의 생산체제 구축한
뒤끝이기도 했다.

그러나 때마침 불황이란 찬바람이 불면서 삼미와 기아특수강은 모두 주저
앉아 버렸다.

지난해 국내 특수강 생산능력은 1백80만t에 달하지만 수요는 1백5t에
그쳤다.

기아특수강은 은행부채가 현재 1조원을 넘어 이자부담만 연간 1천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아특수강은 기아그룹 위기때 매각 1호로 꼽혔다.

그러나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한 곳도 없어 기아그룹의 애를 먹여
왔다.

특히 철강업계에선 기아특수강 인수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특히 오래전부터 "인수 절대불가"란 방침을 정해놓은 포철은 "기아특수강의
경우 포철의 생산품목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부실 철강회사는 모두
포철이 맡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기아특수강을 제품 수요처인 자동차 업계가 맡아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 나왔다.

일부에선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업체가 기아특수강도 묶어 가져 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번에 현대와 대우그룹이 기아그룹과 함께 기아특수강을 공동 경영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고육책인 셈이다.

한편 기아특수강은 작년말 현재 1천3백98억원의 자본금에 기아자동차가
22.7%, 산업은행이 4.3%, 아시아자동차가 1.8%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