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채권단 2차회의를 맞는 기아그룹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 1일 속개된 채권단 1차회의에 제출한 자구계획 수정안을 통해 내놓을
것은 다 내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밝힌 자구계획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히든카드"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경영권포기각서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요구대로
이미 제출한 만큼 이 문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 사장은 "지난 28일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일동이 언제든지 퇴진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냈는데
더이상 어떤 방법으로 경영권포기각서를 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실질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김선홍회장의
사임서를 첨부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사표는 법적으로 이사회에 제출하는
것이고 수리여부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은행에 사표를 내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회장도 지난 1일 채권단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각서의 추가제출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영권포기와 함께 채권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아시아자동차
매각문제에 대해서도 기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기아는 지난 1일 회의에서 아시아자동차를 분리 매각할 때와 이를
기아자동차가 흡수합병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상호 비교하는 보고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기아는 여기에서 아시아 자동차 광주공장을 기아자동차에 합병시키는 것이
<>기아자동차의 정상화에 결정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광주공장 유휴
부지의 매각에도 보탬이 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인력감축에 대한 노조동의서 제출도 사실상 해결됐다고 기아는 주장하고
있다.

기아는 이와관련해 지난번 회의에서 "노조가 회사측 인력의 합리적조치와
재배치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이재승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명의로 된
"자구계획 동의서"를 채권단에 냈다.

기아관계자는 "인력의 "합리적 조치"는 사실상 인력감축이란 말의 완곡한
표현"이라며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인력감축"이라는 단어를 명문화
하라는 것은 노조의 속성상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를 종합해 볼 때 기아는 이미 자구노력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4일 회의에서 종전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아 경영진은 4일 회의가 자금 지원 없는 부도유예로 결론날
것으로 보고 앞으로 2개월간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력갱생하겠다
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듯하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