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은 결국 제3자인수로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금융가에 확산되고
있다.

채권단과 기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시나리오의 배경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채권단대표자 회의가 연이어 무산되면서 강도가 더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시나리오의 기조는 기아가 자력회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

채권단과 얘기가 잘돼 두달간 부도유예적용을 받더라도 기아의 여건상
그뒤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기아그룹의 단기부채는 4조4천억여원.

대부분이 1주일이내의 단기연장을 걸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또다시 대규모의
어음교환을 치를 수 밖에 없고 부동산매각등 자구노력도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현대 삼성 대우등과 관련된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아 인수후보자
도 "충분한" 편이다.

물론 이 사니리오 뒤에는 기아에 압박을 가하려는 채권단의 의도가 없지
않아 순수한 경제논리로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항간에 나도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 시나리오 1 =기아에 대해 부도는 유예해주되 유예기간이 끝난뒤 제3자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일부 강경한 은행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최소한의 정상화 기회를
부여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부도유예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계속 회피하고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할
경우 무한정 자금지원을 할 수 없는 노릇이며 제발로 가기 어려울 때는
제3자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부도유예기간중 인수후보자들과 별도의 접촉을 벌여
부도협약종료와 동시에 제3자인수를 추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식인수방식이 아닌 건물 기계 토지 등만을 대상으로 한 자산인수
방식을 채택한다.

노조및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식인수방식을 도입할
경우 잡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상 시나리오중 가장 그럴듯한 방안이다.

<> 시나리오 2 =부도유예기간중 현대 삼성 대우등이 기아그룹을 단계적으로
분할 인수한뒤 최종적으로 기아자동차를 넘기는 그림이다.

재계에서도 일리있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첫단계는 지난 1일 현대 대우 기아가 기아특수강을 공동으로 경영
하겠다는 발표에서 나타났다.

또 현대가 기산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입키로 했고 삼성 대우는 스포츠카
메이커인 기아모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기아가 마음을 바꿔 아시아자동차를 매각할 경우 대우나 삼성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은 기아의 자산인수와 별도로 주식시장에서 기아계열주식이나
CB(전환사채)를 지속적으로 매입, 기아그룹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간다.

은행은 담보로 잡은 임직원소유 주식을 넘겨주게 되고 필요할 경우 포드가
가지고 있는 지분도 넘기도록 요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방식은 변수가 워낙 많은데다 무엇보다 중간에 부분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아 임직원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 시나리오 3 =기아를 부도처리하는 방안이다.

기아그룹이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을 포함한 채권단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경우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부도처리하게 된다.

그 뒤 법정관리신청을 거쳐 제3자 인수절차를 밟는다.

이 시나리오는 일부 강경은행장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부도유예를 해봤자 어차피 한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만큼 기아문제를 처음
부터 정면으로 다루자는 생각이다.

이 경우 협력업체의 진성어음은 결제일을 연장, 제3자인수와 동시에 정산
하게 된다.

그러나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고
정치권에까지 파문이 미친다는 점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다.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