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데도 금 곡물 등 국제1차상품 시세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1차상품의 대표적인 가격지표인 미국 CRB선물지수의 경우 지난달초
2년만의 최저인 232.22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240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미국경제가 호황일 때는 상품시장도 따라서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를 헤지하기 위한 대형펀드의 상품매입 확대로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냈던 것.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경제가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과거와는 달리 인플레가 뒤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인플레속의 고성장으로 펀드들의 입장에서는 인플레를 헤지하기 위해
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게 훨씬 낫다.

펀드들이 금을 대량 매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의 경우 뉴욕시장내 펀드들의 매도포지션은 약 8만2천계약으로 매입
포지션의 11배나 된다.

옥수수와 콩 등 곡물도 펀드들의 매도공세를 받고 있다.

올해 미국농작물이 풍작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으로 펀드들이 시카고상품
거래소에서 일제히 곡물을 매도, 지난달 한때 곡물매도초과물량(매도물량-
매입물량)이 1억9천3백80만부셸이나 됐다.

최근 미국 곡창지대에 가뭄이 우려됨에 따라 매도세가 주춤, 매도초과물량이
7천1백25만부셸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풍작기대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펀드들
의 매입초과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얼마전 "미국경제는
현재 실질성장률이 3%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고있으나 물가불안의
우려는 없다"며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1백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하는 최상의 경기상태"라는 그의 설명으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중이다.

곡물과 금에 대한 펀드들의 매입을 촉발시킬만한 요인은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