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원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 특히 공항 지점등
현장에서 뛰는 일선부서에 대한 서비스는 최우선이다"

대한항공의 CIO인 김성수이사가 내걸고 있는 직업관은 여느 지원부서의
수장과 마찬가지로 평범하다.

그러나 그의 역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야전군사령관에 가깝다.

그는 항공사의 경쟁력은 전산화수준에 달려 있다고 믿는 신봉자여서 하루도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현장밀착형 CIO로 정평이 나있다.

김이사는 지난73년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대한항공의 전산요원으로
입사한 이후 24년간 줄곧 이 분야에만 종사해온 전형적인 CIO.

그가 전산인의 길을 걷게된 것은 미국 출장길에 컴퓨터예약시스템(CRS)을
보고 돌아온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이 전산요원을 첫 공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대한항공의 CRS개발에 참여했다.

김이사는 "CRS개발 2년동안은 1주일에 8시간씩 자고 일했다"며 컴퓨터예약
시스템 개발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꼽았다.

이 시스템은 오늘날 TOPAS(종합여행정보)로 발전, 외국항공사의 국내시장
무차별공략을 막아내는 일등공신이 됐다.

1백16대의 항공기와 35만개에 이르는 항공기부품의 정비정보를 처리하는
정비보고시스템은 물론 화물예약 항공기출발.도착 등 일반업무와 그룹웨어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 89년에는 한진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한진정보통신을 세우는 등
그룹전산분야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전산실은 3백50명의 전산요원을 거느리고 국내 60개, 해외
1백10여개 영업점, 1만7천대의 단말기를 네트워크로 묶어 운영하는데 연간
5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는 "최고경영자에게 욕먹기를 주저하지 않는" 뚝심의 소유자여서 최고
경영자로부터 이같은 거액의 투자비를 이끌어 내는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조양호사장이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 알아 의사결정이 쉽다"며
오히려 해외경쟁사의 정보기술개발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이사는 이 때문에 1년에 수차례씩 해외 유수의 항공사 CIO들과 만나
정보교류를 갖는 것이 큰 재산이 되고 있다고 들려줬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