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일본
수출입은행이 빠르면 이달안에 각각 40억달러씩 모두 80억달러를 긴급융자해
주기로 함에 따라 동남아 외환위기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미 지난주에 7억8천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일본 민간은행들도 태국에
수십억달러의 협조융자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촉발된 동남아 외환위기 때문에 이미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은 우리로서는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이번 융자규모는 태국이 IMF에 요청한 2백억달러에 비해 태부족이며
동남아경제가 구조적으로 취약해 위기수습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사태추이를 주시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현재 외환위기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네 나라에 국한돼
있으며 이중에서도 태국과 필리핀의 피해가 큰 편이다.

그 까닭은 이들 나라의 금융시장이 제대로 체계를 잡지 못한채 개방을
맞은데다 과열기미를 보여온 실물경제마저 최근 급랭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전자산업의 해외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가격폭락 등 거품붕괴에 따른 충격이 확대된 점은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진통과 매우 비슷해 주목된다.

따라서 우리는 동남아 외환위기를 교훈삼아 금융개방이 본격화되기 전에
영업제한철폐 감독체계정비 부실채권정리 등을 서두르는 동시에 주요산업의
과잉설비를 축소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하겠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때 우리경제도 현재 동남아 각국이 겪고 있는
외환위기를 맞기 쉽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이미 몇해전에 미 스탠퍼드대학의 폴 크루그만 교수가
아시아 경제의 성장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부각된바 있다.

물론 동아시아경제는 남미경제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저축과 투자가
활발하며 성장잠재력도 여전히 크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투자가 계속되고 금융시장이 서둘러 정비되지 못하면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이 언제든지 이지역의 경제안정을 위협할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우리제품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남아지역에 대한
일본경제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리라는 점이다.

한 예로 태국의 외채 6백억달러중 60%정도인 3백75억달러가 일본은행으로
부터의 차입이라는 점을 들수 있다.

특히 일본의 금융개혁이 완료되면 이지역에 대한 일본 금융자본의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번 긴급 융자가 그 계기가 될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한데
묶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통해 동남아에 대한 일본경제의 배타적인
영향력을 견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