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란 어떤 사물에 그것의 존재 의미를 부여한다.

이름이 주어짐으로써 사물이 비로소 의미를 얻게 되고 의미를 얻게
됨으로써 존재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우주의 삼라만상은 각기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특히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사물들과는 달리 개인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고유한 이름이 없는 한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입에 올릴수 없기때문에 결국에는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름은 사람의 출생과 더불어 자연히 가장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한국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사주팔자나 관상과
더불어 후천적으로 주어지는 이름이 그 사람의 평생운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역할사상을 바탕으로 사주팔자에 맞는 한자이름을 짓는 작명관이
정착되었다.

그러한 생각이 이어져 내려와 지금도 도시의 골목골목에서 작명가들이
성업을 하는 광경을 목격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작명관이 보편적 타당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할수 있다.

이른바 작명철학으로 풀수 없는 로마글자나 고유어로 이름을 짓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운명을 개척하기 때문이다.

이름은 어떤 사람의 존재 의미나 가치를 부각시켜주는 매개수단이고
작명은 새로운 한사람의 탄생을 뜻하는 것 이상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름은 한 개인의 존재의미 내지는 이미지를 쉽고 뚜렷하고
부드럽고 인상깊게 전달할수 있도록 짓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요즘들어 기업명칭이나 상표 이름을 짓는 전문작명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하이트 (맥주) 산내들 (건강식품) 김삿갓 (소주)... 등이 불황속에서도
히트를 하고 레간자 (자동차) 에넥스 (주방가구) 등의 매출이 크게
신장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제품의 상표에도 동양의 전통적 작명철학은 아니지만 현대적 작명법이
적용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