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베세토(BESETO) 어드벤처' 일본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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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1억원이 생긴다면 동북아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잘만하면 공짜로 해외여행을 할수도 있으니 대답은 좀 더 진지하고 기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복권당첨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그룹이 올해 처음 기획하고 후원한 대학생 해양 역사탐방 프로그램인
"베세토(BESETO) 어드벤처"의 참가자 선발을 위해 제시한 주제이다.
모두 5천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그중 300여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 중국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다음은 11박12일의 일정을 마치고 최근 무사히(?) 귀국한 일본 탐방팀의
동행취재기.
<> 첫날
상쾌한 새벽공기를 맡으며 서울역에 집결, 열차편으로 부산으로 향했다.
해외 배낭여행 경험이 많은 요즘 대학생들이지만 대부분 일본은 처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부산항에서 발대식을 갖고 삼성 연수선인
"드림21"호에 승선했다.
이경숙 숙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본A팀의 경우 총 36개조 108명의
생기발랄한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그중엔 해사생도 3명과 경찰대학 재학생 5명, 공사생도 3명이 포함돼 있고
예비 보라매중엔 올해 첫 입교가 허용된 여자생도 박지원양이 끼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항을 출항한 "드림21"호는 첫 목적지인 나가사키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시작했고 멀리 한반도의 해안선이 가물거릴 즈음 선상에서의
첫날밤이 찾아왔다.
저녁 식사후 박성래 외대부총장의 "조선통신사와 서양통신사"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웰컴파티를 가졌다.
2박3일간의 예비모임을 통해 낯을 익힌 터이지만 아직은 서로가 서먹한
분위기.
배멀미를 걱정했지만 파도가 잔잔한 덕에 다들 멀쩡했지만 장래 경찰청장감
인 임수석군(경찰대.3)만 기진맥진.
첫날의 긴장감 탓인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2일째
눈을 떠보니 배는 나가사키항으로 입항중.
드디어 일본이다.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뿔뿔이 흩어져 자율탐구에 들어갔다.
나가사키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는 중에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숨통을 틔어놓았던 곳.
글로버가든, 오우라덴슈도 등 이국적인 사적들을 둘러보고 구마모토에서
다시 합류.
도중에 조선도공들이 끌려와 형성했던 도예촌이 있는 아리타 등이 있었지만
조금은 빡빡한 일정탓에 돌아보지 못했다.
<> 3일째
구마모토성과 대표적인 일본식 정원인 스이젠지를 거쳐 화산활동이 아직
멈추지 않은 운젠으로 향했다.
웅장한 자연에 대한 감탄과 두려움이 교차.
다시 나가사키로 되돌아와 평화공원에 들렀다.
원폭희생자에 참배하는 일본 초등학생들을 보며 가해자로서의 책임은 잊고
피해자로서의 고통만을 생각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는듯 해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며 다시 연수선에 승선.
저녁식사후 히스토리 퍼즐게임을 가졌다.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온듯 일본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을 자랑.
<> 4일째
탐방단을 태운 "드림21"호는 세토내해를 항해.
유승재 KBS 동경특파원의 "다시뛰는 일본" 강연을 듣고 하루종일 선상생활.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몸매에 자신이 있는 몇몇은
일광욕을 즐기기도.
<> 5일째
우노항에서 하선.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10km에 이르는 세토대교와 일본 전통가옥 등이 남아
있는 구라시키 등을 둘러보고 배로 돌아와 세 번째 선상세미나를 가짐.
소설가 최인호씨의 글솜씨 못지 않은 강연에 피곤함도 잊고 경청.
계속되는 질문에 강연은 예정시간을 넘겨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저녁엔 베세토가요제를 개최.
가수 못지 않은 노래솜씨를 자랑했다.
육감적인 몸매에 여장을 하고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열창한 안평해
(동국대.3)군이 심사위원 대부분이 10점 만점을 준 가운데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밤의 열기 속에서 비교적 학구적(?)인 학생들이 많은 A팀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고베항에 입항.
<> 6일째
고베외국어대학에서 일본 현지대학생들과 합류, "21세기 동북아발전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
"LA다저스의 박찬호와 노모의 공동응원단을 파견하자"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고
한국의 일본대중문화 수입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 대중문화의 폭력, 음란성을 들어 반대입장을 보인
반면 일본 학생들은 일부의 부작용보다도 문화에 대한 국가통제의 위험성이
더 문제라는 반론을 펼쳤다.
오후에는 일본 대학생들과 4인1조로 계획도시 고베의 잘 정비된 인프라를
자율탐방.
밤 늦게까지 정을 나눈 양국의 대학생들은 헤어짐이 안타까운듯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 7일째
어느덧 한국을 떠난지 일주일이 흘렀다.
오사카를 거쳐 드디어 도쿄로 이동.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신칸센이 지연돼 일부는 도착이
늦어지기도.
쌓인 피로에 쉬고 싶을 만도 한데 일부는 젊은이의 거리 이케부쿠로,
신주쿠의 밤을 누비며 젊음을 과시.
<> 8일째
일본의 수도 도쿄의 모든 것을 하루에 다 보려는듯 하루종일 강행군.
최첨단 도쿄도청과 메이지신궁등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국제도시, 겉으로
보면 서울과 별반차이 없는 이곳에서 볼수 있는 일본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지.
오후엔 소니 등의 기업쇼룸 견학후 삼성 일본 본사 주최로 환영만찬을
가졌다.
꽤나 비쌀 것 같은 음식에 이어지는 수준높은 전통공연.
주최측에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대학생으로서 접해보기 어려운 기회니 실컷
즐기는게 오히려 감사의 표시가 될듯.
<> 9일째
요코하마를 거쳐 닛산자동차 공장을 견학하고 고도 교토로 이동.
높은 빌딩 하나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교토는 일본의 경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첫인상으로 탐방단을 맞았다.
<> 10일째
일본문화의 요람인 나라와 교토의 동대사, 금각사로 이어지는 사찰순례를
시작.
다른건 몰라도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본인의 정성에 모두들 감탄했다.
견문넓은 학생들은 교토시내 기온거리에서 게이샤를 구경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 마지막 날
후쿠오카로 이동.
제3섹터 방식으로 개발된 상업타운과 후쿠오카 돔구장 등을 둘러보고
밤에는 최종 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길게만 느껴지던 일정이 어느새 다 끝난 아쉬움속에서 이 밤을 다 새워도
모자랄 것 같은 마음들.
밤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이른 아침 쾌속선을 타고 일본을 떠나 반가운 부산항을 보며 환호성.
정확히 3시간 거리다.
이렇게 가까운 이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금방이다.
떠날때의 아쉬움도 고향에 돌아온 기쁨에 금세 묻혀지고 "한국음식 먹게
된게 가장 즐겁다"며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간 정이 듬뿍 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할 아쉬운 순간이
아직 남아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의 대학생들이 잘 알지 못하면 안 될 나라.
11박12일의 짧은 시간동안 이들이 일본을 얼마나 보고 느꼈는지는 각자의
관심과 열의에 따라 틀리겠지만 젊은 이들에겐 소중한 경험이 됐다.
오는 10일엔 중국팀이 떠나게 된다.
그들은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오게 될까.
<김정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
잘만하면 공짜로 해외여행을 할수도 있으니 대답은 좀 더 진지하고 기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복권당첨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그룹이 올해 처음 기획하고 후원한 대학생 해양 역사탐방 프로그램인
"베세토(BESETO) 어드벤처"의 참가자 선발을 위해 제시한 주제이다.
모두 5천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그중 300여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 중국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다음은 11박12일의 일정을 마치고 최근 무사히(?) 귀국한 일본 탐방팀의
동행취재기.
<> 첫날
상쾌한 새벽공기를 맡으며 서울역에 집결, 열차편으로 부산으로 향했다.
해외 배낭여행 경험이 많은 요즘 대학생들이지만 대부분 일본은 처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부산항에서 발대식을 갖고 삼성 연수선인
"드림21"호에 승선했다.
이경숙 숙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본A팀의 경우 총 36개조 108명의
생기발랄한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그중엔 해사생도 3명과 경찰대학 재학생 5명, 공사생도 3명이 포함돼 있고
예비 보라매중엔 올해 첫 입교가 허용된 여자생도 박지원양이 끼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항을 출항한 "드림21"호는 첫 목적지인 나가사키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시작했고 멀리 한반도의 해안선이 가물거릴 즈음 선상에서의
첫날밤이 찾아왔다.
저녁 식사후 박성래 외대부총장의 "조선통신사와 서양통신사"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웰컴파티를 가졌다.
2박3일간의 예비모임을 통해 낯을 익힌 터이지만 아직은 서로가 서먹한
분위기.
배멀미를 걱정했지만 파도가 잔잔한 덕에 다들 멀쩡했지만 장래 경찰청장감
인 임수석군(경찰대.3)만 기진맥진.
첫날의 긴장감 탓인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2일째
눈을 떠보니 배는 나가사키항으로 입항중.
드디어 일본이다.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뿔뿔이 흩어져 자율탐구에 들어갔다.
나가사키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는 중에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숨통을 틔어놓았던 곳.
글로버가든, 오우라덴슈도 등 이국적인 사적들을 둘러보고 구마모토에서
다시 합류.
도중에 조선도공들이 끌려와 형성했던 도예촌이 있는 아리타 등이 있었지만
조금은 빡빡한 일정탓에 돌아보지 못했다.
<> 3일째
구마모토성과 대표적인 일본식 정원인 스이젠지를 거쳐 화산활동이 아직
멈추지 않은 운젠으로 향했다.
웅장한 자연에 대한 감탄과 두려움이 교차.
다시 나가사키로 되돌아와 평화공원에 들렀다.
원폭희생자에 참배하는 일본 초등학생들을 보며 가해자로서의 책임은 잊고
피해자로서의 고통만을 생각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는듯 해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며 다시 연수선에 승선.
저녁식사후 히스토리 퍼즐게임을 가졌다.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온듯 일본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을 자랑.
<> 4일째
탐방단을 태운 "드림21"호는 세토내해를 항해.
유승재 KBS 동경특파원의 "다시뛰는 일본" 강연을 듣고 하루종일 선상생활.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몸매에 자신이 있는 몇몇은
일광욕을 즐기기도.
<> 5일째
우노항에서 하선.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10km에 이르는 세토대교와 일본 전통가옥 등이 남아
있는 구라시키 등을 둘러보고 배로 돌아와 세 번째 선상세미나를 가짐.
소설가 최인호씨의 글솜씨 못지 않은 강연에 피곤함도 잊고 경청.
계속되는 질문에 강연은 예정시간을 넘겨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저녁엔 베세토가요제를 개최.
가수 못지 않은 노래솜씨를 자랑했다.
육감적인 몸매에 여장을 하고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열창한 안평해
(동국대.3)군이 심사위원 대부분이 10점 만점을 준 가운데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밤의 열기 속에서 비교적 학구적(?)인 학생들이 많은 A팀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고베항에 입항.
<> 6일째
고베외국어대학에서 일본 현지대학생들과 합류, "21세기 동북아발전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
"LA다저스의 박찬호와 노모의 공동응원단을 파견하자"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고
한국의 일본대중문화 수입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 대중문화의 폭력, 음란성을 들어 반대입장을 보인
반면 일본 학생들은 일부의 부작용보다도 문화에 대한 국가통제의 위험성이
더 문제라는 반론을 펼쳤다.
오후에는 일본 대학생들과 4인1조로 계획도시 고베의 잘 정비된 인프라를
자율탐방.
밤 늦게까지 정을 나눈 양국의 대학생들은 헤어짐이 안타까운듯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 7일째
어느덧 한국을 떠난지 일주일이 흘렀다.
오사카를 거쳐 드디어 도쿄로 이동.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신칸센이 지연돼 일부는 도착이
늦어지기도.
쌓인 피로에 쉬고 싶을 만도 한데 일부는 젊은이의 거리 이케부쿠로,
신주쿠의 밤을 누비며 젊음을 과시.
<> 8일째
일본의 수도 도쿄의 모든 것을 하루에 다 보려는듯 하루종일 강행군.
최첨단 도쿄도청과 메이지신궁등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국제도시, 겉으로
보면 서울과 별반차이 없는 이곳에서 볼수 있는 일본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지.
오후엔 소니 등의 기업쇼룸 견학후 삼성 일본 본사 주최로 환영만찬을
가졌다.
꽤나 비쌀 것 같은 음식에 이어지는 수준높은 전통공연.
주최측에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대학생으로서 접해보기 어려운 기회니 실컷
즐기는게 오히려 감사의 표시가 될듯.
<> 9일째
요코하마를 거쳐 닛산자동차 공장을 견학하고 고도 교토로 이동.
높은 빌딩 하나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교토는 일본의 경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첫인상으로 탐방단을 맞았다.
<> 10일째
일본문화의 요람인 나라와 교토의 동대사, 금각사로 이어지는 사찰순례를
시작.
다른건 몰라도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본인의 정성에 모두들 감탄했다.
견문넓은 학생들은 교토시내 기온거리에서 게이샤를 구경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 마지막 날
후쿠오카로 이동.
제3섹터 방식으로 개발된 상업타운과 후쿠오카 돔구장 등을 둘러보고
밤에는 최종 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길게만 느껴지던 일정이 어느새 다 끝난 아쉬움속에서 이 밤을 다 새워도
모자랄 것 같은 마음들.
밤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이른 아침 쾌속선을 타고 일본을 떠나 반가운 부산항을 보며 환호성.
정확히 3시간 거리다.
이렇게 가까운 이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금방이다.
떠날때의 아쉬움도 고향에 돌아온 기쁨에 금세 묻혀지고 "한국음식 먹게
된게 가장 즐겁다"며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간 정이 듬뿍 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할 아쉬운 순간이
아직 남아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의 대학생들이 잘 알지 못하면 안 될 나라.
11박12일의 짧은 시간동안 이들이 일본을 얼마나 보고 느꼈는지는 각자의
관심과 열의에 따라 틀리겠지만 젊은 이들에겐 소중한 경험이 됐다.
오는 10일엔 중국팀이 떠나게 된다.
그들은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오게 될까.
<김정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