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제3자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려면 "자산
인수방식"과 "주식인수방식"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우리 철강업계 움직임에 늘 신경과민인 미국 철강업계는 한보문제의 처리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여차하면 통상시비를 걸 태세다.

조금이라도 국제경쟁에 불공정한 혐의가 눈에 띄면 즉시 보복하거나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포철과 동국제강이 한보를 맡겠다고 나서자 통상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자산인수방식"과 "주식인수방식"중 어느 방식으로 한보철강을 처리하느냐
에 따라 통상에 미치는 파장은 확연히 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주식인수방식과 통상 문제 ]

미국은 이미 한보와 관련, 시비고리를 걸어놓고 있다.

연초 한보사태가 터진 직후 미국강관수입협회(CPTI)는 "한국정부가 한보의
철상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특혜성 금융을 제공하고 심지어 SOC(도로항만
등 공단기반시설)까지 지원한 혐의가 농후하다"면서 USTR(미국무역대표부)와
상무부에 조사를 건의, 현재 진행중이다.

요컨데 WTO(세계무역기구)의 핵심관심사안인 보조금 협정을 어기고 국제
시장에서 불공정경쟁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포철 등의 주식인수방식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주식인수방식이란 한보철강의 자산과 부대영업권, 종업원 등 기업 그
자체를 넘겨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한보의 통상마찰혐의까지 그대로 인수기업에 승계된다는데
있다.

일단 포철과 한보가 합쳐지고 나면 포철 전체의 수출이 시비대상에 오른다
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포철이 자산인수방식을 선호하게 된데는 통상분야의 파장을 가능한 줄여야
한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자산인수방식의 유리한 점 ]

포철 등이 한보철강의 공장건물 설비 토지 등 자산만을 매입하는 것이다.

한보는 미국 등 세계각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파산절차를 밟은 것이
된다.

포철 등이 한보라는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망해버린 회사의 부동산
과 설비를 사들이는 것이므로 미국이 한보에 걸어놓은 "통상시비"까지
포철이 떠안을 근거가 희박해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미국의 공세여지를 완전히 불식시킬수는 없다.

미국 철강업계는 과거 포철이 일신제강의 자산을 인수했을 때도 시비를
건 전례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었다.

지금까지 자산인수방식을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회원국들 사이에 몇
차례 마찰이 빚어졌었지만 WTO에 제소, 성사시킨 사례는 없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