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채권은행단회의가 긴급자금지원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부도위기감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진성어음 할인 및 자금수혈등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특히 채권은행들이 예금잔고가 없는 상태에서 기아발행어음이
돌아올 경우 부도처리할 것을 우려하면서 국가산업 마비 방지를 위해서도
어음을 적극 할인해 줄 것을 간곡히 바라고 있다.

기아그룹이 지난 6월초 물품대금으로 발행한 어음 3백억원 이상이 이번주중
만기도래하게 돼 특히 기아 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들의 경우 셀보
(서울차체)그룹의 예처럼 대형부도를 맞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진성어음 할인
이다.

다음으로 긴급 수혈하지 않으면 쓰러질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부가자금지원
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기아에서도 협력업체들에 물품대금 뿐아니라 금형대금등 기타 채무도
변제해 줘야 당장의 숨통을 털수 있다고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런 가운데 셀보그룹의 자회사인 서울차량가 이미 부도난데 이어 최근
상호입보관계에 있던 모기업인 서울차체와 서울차륜이 잇따라 부도를 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셀보그룹은 연간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주력 3사가 모두
부도남에 따라 사실상 이번 기아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에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에 전량 공급하는 연매출 1천억원대의 대형부품
업체들조차 셀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아 협력업체인 인천 D사의 K사장은 "기아 의존도가 높은 중견기업일수록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이 연쇄부도날 경우 현대 대우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부실화될수 있다"며 정부 금융계가 방관하지 말고 과감한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만 기아협력업체부도예방대책위원장은 "기아의 경영진이나 노조의
잘잘못은 차치하더라도 기아협력업체들이 무슨 죄냐"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수 없다며 지원책을 호소했다.

에어크리너등을 기아에 납품하는 반월공단내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기아
협력업체들이 다 죽은 다음에야 정부가 구제책을 내놓을 모양"이라며 우선
기업을 살려놓고 봐야 하는 만큼 협력업체에 당장 20억~30억원의 자금이라도
지원해 주길 촉구했다.

한편 중소기업청 기아 협력업체 애로신고센터에는 지난 2일까지 모두
3백80개업체가 진성어음와 외상매출등 모두 4천7백66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접수됐다.

이중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은 경기가 2천6백36억원, 광주전남
이 3백29억원으로 나타나 협력업체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4일 현재 기아사태로 부도처리된 협력업체는 동진철강 금진 일진산업
금구공업 일흥 천우기업 서울차량등 모두 10여개사로 늘어났으며 이중
자동차부품업체가 6개사로 조사됐다.

<문병환.이창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