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돈 씀씀이에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중가품이 주류를 이루는 백화점매장은 세일에도 아랑곳없이 매장이 썰렁한
반면 할인점은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강남 압구정동과 청담동등에 자리잡은 샤넬
지아니베르사체등 초고가의 패션브랜드매장은 호황을 누리고있다.

지난 5월 백화점 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랑스의 유명한 토털패션
브랜드 샤넬을 압구정점에 들여온 갤러리아백화점은 요즘 휘파람을 불고있다.

70평에 불과한 샤넬부티크에서 하루 평균 3천만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있기
때문이다.

개점 첫날인 지난 5월22일에는 2억5천만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매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준다는 디자이너부티크
(특정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수제품을 파는 매장)와 비교하면 하루평균
매출이 무려 10배에 이르고있다.

여성의류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선글라스등 패션상품을 망라한 이 매장은
연예인과 부유층 여성들이 주고객.

정장류 한벌에 보통 2백50-4백만원, 핸드백 1백만-4백만원, 구두가
16-50만원선이다.

샤넬부티크보다는 못하지만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지아니베르사체
(최근사망)의 이름을 딴 지아니베르사체도 34평의 소규모 매장에서 월평균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있다.

남여 토털패션매장인 이곳에선 여성정장이 80만-1백20만원, 남성정장이
1백50만원안팎, 남여구두가 30만원대에 팔리고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청담동에 낸 남성패션전문점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2백만원을 넘는 옷값에도 불구, 손님들이 끊이지않고있다.

이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보다 싼 곳을 찾아 쇼핑대이동을
감행하고 있다.

보통 정상가의 20-30%를 할인판매하는 백화점 세일까지 소비자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할인점으로만 몰리고있다.

또 같은 백화점안에서도 간이매대나 아울렛매장등 싼 상품을 파는 매장만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을뿐 중가품위주 대부분 매장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7일간 치른 세일을 통해 서울시내 4개 점포에서
모두 8백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평균매출로 따져 지난해보다 24.9%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반면 백화점 세일이 열린 17일동안 할인점 E마트(창동 일산 안산 부평등
4개점)는 2백17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4% 늘어났다.

서울 잠원동의 뉴코아백화점 본점은 바로 옆에 회원제창고형할인점인
킴스클럽과 나란히 붙어있다.

지난 13일부터 세일에 들어간 뉴코아백화점은 30일까지 1백8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8% 느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기간중 킴스클럽은 77억원을 기록,35.1%나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또 점포안에서도 싸게 파는 매장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철지난 이월상품을 50%이상 깎아파는 롯데백화점 본점 11층 아울렛매장은
지난 1월 개장이래 월평균 7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성고객들이 옷 한벌을 통째로 사지않고 단품위주로 구입, 코디네이션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불황기에 나타난 새로운 쇼핑패턴이다.

진창범 롯데백화점 숙녀의류바이어는 "고가에 속하는 수입의류나
디자이너부티크 상품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1만-2만원짜리 단품을
상하의별로 따로 사서 몸에 맞춰 입는 소비자들이 늘고있다"며 "이 때문에
10만-20만원대 숙녀정장 매장은 죽을 쑤고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