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어느 토요일날 나는 가까운 저수지에서 오랜만에 낚시대를
폈다.

아른거리는 햇살을 뒤로하고 그림자가 길게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어둠이
내리고 하나 둘 여기저기서 캐미라이트의 불이 밝혀졌다.

낚시대를 펼치면 늘 대하는 물가이지만 늘 새롭고 진지하고 큰 경기에
임하는 운동선수마냥 설레임이 앞선다.

이윽고 캐미라이트가 하늘을 향해 용솟음치고 온몸으로 전해오는 짜릿한
전율, 낚시대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하나의 생명체가 어둠속에 다가오면
누가 그랬던가 이 순간을...

여인의 젖가슴보다 더 황홀하고 경외로운 순간 그 자체라고.

91년 발족이래 삼성종합화학 낚시동호회는 해가 다르게 그 회원이 늘어나
지금은 3백명이 넘는다.

하지만 24시간 가동되는 화학공장의 특성상 교대근무조가 편성되어 전체
회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갖기가 무척 힘들다.

자연과 벗삼아 즐기는 낚시인들의 최근 관심은 "황소개구리 퇴치운동"에
적극 동참해 생태계를 하루빨리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다.

지난 6월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황소개구리 퇴치운동본부"와 연계해
평소 쌓았던 낚시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3백여명의 임직원및 가족이 참가해 성황리에 마치게 되었지만
몸길이 40cm, 무게 6백g의 가공할 조건으로 우리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다국적 개구리의 습격에 좀 더 일찍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번달에는 대산공단3사(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
친선낚시대회를 개최해 서산지역 환경보호 공감대를 함께 하기도 했다.

또 오는 8월중 낚시터 쓰레기통 설치, 10월에는 서산지역 연합으로 치어
방류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국내외적으로 환경보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낚시동호인
들도 잡는 낚시에서 자연을 가꾸고 사랑하고 기르는 낚시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낚시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제 우리 모두
돌아가자.

대나무에 달랑 지렁이 한마리 달아 던져놓고 하염없이 기다려도 그렇게
여유가 있었던 우리네 어린시절 순수했던 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