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산업 조흥 서울 등 기아그룹의 4대 채권은행들은 기아그룹이 자구
노력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매각대금을 기아에 지급하지 않고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은행들이 직접 관리키로 했다.

이들 자금들은 향후 금융권 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로인해 기아그룹이 심각한 운영자금난을 겪는 것은 물론 6천여개에
달하는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은 대량 부도위기로 몰리고 있다.

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5일 "지난 4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자구계획의 이행으로 유입된 기아자금은 해당업체의 주거래은행이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관리키로 합의됐다"며 "오는 9월말 개최되는 2차 대표자회의
에서 이 자금의 처분및 변제충당순서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들 자금이 금융기관 부채상환이나 기아그룹의 운용
자금으로 사용될 순 있지만 기아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부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진로 대농의 경우에도 이처럼 주거래은행들이 자금을
관리해 왔다고 지적하고 채권확보 차원에서 취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김선홍
회장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는데 대한 압박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아측은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직원들의 퇴직금에 충당하고 협력
업체 보유어음을 결제하는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매각대금
처리를 놓고 채권단과 기아측이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현재 주거래은행들이 기아계열사에 대한 자금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매각대금을 제대로 입금
시킬지도 불투명하다.

기아그룹이 매각하기로 한 부동산은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판매
아시아자동차판매 기아중공업 기아특수강 기산 기아정보시스템 대경화성 등
8개업체 소유 1백15건으로 모두 2조7천8백16억원어치에 달한다.

기아특수강의 부동산 매각대금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며 기산과 대경화성의
것은 각각 서울 조흥은행이, 나머지 업체의 대금은 모두 제일은행이 관리할
방침이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