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값보다 비싸게 사주거나 무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등의 상호지원은
상대적으로 다른 경쟁회사들의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만드는 불공정행위가
된다.
그것이 대기업그룹내에서 계열회사들끼리 배타적 이득을 주고 받는다면
경쟁제한 뿐아니라 경제력집중까지로 이어지고 나아가 기업체질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발표한 "부당한 자금 자산 인력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은 종래 상품과 용역에 국한시켰던 부당 내부거래의 규제대상이
지난해말의 공정거래법개정에서 자금 자산 인력지원에 까지 확대된데
따라 이에 대한 구체기준을 정한 것이다.
예컨대 일별누계기준으로 연간 1조원이상의 자금, 1백억원이상의
자산거래, 1만명이상의 인력지원, 연간 10억원이상의 이익을 제공하면
일단 부당 내부거래로 간주키로 했다.
우리는 부당 내부거래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정부규제가 그렇듯이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본래의 정책목표 달성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보완과 합리적 운영이
이뤄져야 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부당 내부거래의 심사대상이 왜 30대 기업집단에 국한돼야 하느냐는
점이다.
특수관계를 가진 회사들은 30대그룹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물론 중점관리 대상으로 대기업그룹을 지목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일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재계가 이의를 제기한대로 법인세법에서 이미 비슷한 부당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세액계산을 인정해주지 않도록 하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조항
(법인세법 20조)이 있는데도 공정거래법에서 추가심사토록하는 것은
중복규제가 될수 있다.
부당행위에 대한 벌칙성으로 볼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일상적
거래행위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다.
중점관리대상으로 부당행위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나 인원이 우리경제의
현실에 비추어 과연 적정한 것인지도 따져 볼 일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당위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실성도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정부규제의 부작용이다.
전경련이 이번 심사기준에 대해 "통제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부거래의 심사대상이 워낙 포괄적인데다 정상적인 거래 또는 부당거래의
기준을 어떻게 산출해 내느냐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판단의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고 따라서 악용의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볼수 있다.
극단적으로 특정기업에 대해 자금이나 자산거래 또는 인력이동 상황을
정밀조사한다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공정위가 법운용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이러한 규제의
비경제를 명심하는 것임을 다시한번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