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은 고용효과와 투자규모가 가장 큰 제조업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개방압력과 99년 일본차 상륙등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총성없는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판매비화를 담은 "자동차 전쟁"
(조너선 맨틀저 이무열역 동우멘테크)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기술개발 마케팅전략,기업간 제휴등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통해 21세기의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저자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결실이 합병 합작에 따른 전략적 제휴와 월드카
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또 "불확실한 미래시장에선 견고한 국민차가 지배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탁월한 재능의 기술자, 적과 동지가 따로 없는 다국적 그룹의
총수들, 튼튼한 보호막으로 자국의 산업을 일으켜 세운 최고지도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차대전중 GM회장이었던 알프레드 슬론은 적국인 독일에 자사의 트럭을
팔았다.

"사소한" 국가간의 다툼으로 "거대한"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서다.

일본의 급성장은 한국전때문에 가능했다.

도요타의 최고경영자였던 가미야는 불황을 뚫기 위해 미국 포드사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 한국전이 터졌다.

한달에 트럭 3백대밖에 팔지 못하던 회사는 미 국방성으로부터 1천5백대의
트럭을 주문받았고, 이후 중단됐던 승용차 생산을 재개할수 있었다.

미국이 한국전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일본에 쏟아부은 돈은 35억달러에
달했다.

70년대초 영국최대 자동차회사인 브리티시 레일런드사의 오스틴 모리스
부문 책임자였던 조지 턴불은 자회사 분산과 자율경영을 주장하다 물러난
뒤 한국에 와 정주영 현대자동차회장을 만났다.

영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포드 코티나를 조립하던 현대는 그에게 2년안에
새차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현대 포니"는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20세기 통치자중 유일하게 자동차사에 이름이 오른 사람은 아돌프 히틀러.

그는 폴크스바겐베르크(인민의 자동차회사)를 세우고 포르셰박사와 함께
자동차 생산에 몰두한 끝에 39년 "장수풍뎅이" 같은 폴크스바겐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임러사와 벤츠사가 "다임러 벤츠AG"로 합병될 무렵, 다임러의 모든
차에는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이는 자동차 제작을 의뢰한
옐리네크 총영사가 딸 이름을 붙여달라고 했기 때문.

메르세데스의 명성에 힘입어 "다임러 벤츠"는 "메르세데스 벤츠"로 개명
됐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