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는 의외로 역사속에서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람세스"와의 만남은 큰 행운이었다.
"람세스"는 기원전 13세기께 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2세가
67년동안 제국을 통치하면서 보여준 인생관과 통치관 희로애락을 담은
일대기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인간사의 원리중 많은 부분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로마제국과 베네치아공화국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경영의 원리를
도출해 보고자 한 기억 때문에 이책을 읽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람세스를 훌륭한 파라오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세티의
가르침은 흥미롭고 교훈적이다.
어린아들로 하여금 야생황소와 대결하게 한 뒤 들려준 "공포는 지혜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첫번째 적"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아들이 강하고
슬기로운 파라오로 성장하길 바라는 깊은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세티의 교육은 다양했다.
현장을 자주 방문해 직업인을 만나봄으로써 한나라를 다스리는 감각을
키우도록 하고, 파라오는 이집트에 의해 만들어지고 파라오는 이집트를
만든다면서 파라오 자신과 이집트가 하나가 되어야 함도 깨우쳐 준다.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도 탓하지 말고 자신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권력을 정의롭게 행사하는 것이라는 교훈은 난관에 부딪친
국내의 정치와 경제문제에도 적절한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람세스는 통치기간내내 "파라오는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휴식과 평온의
기쁨을 맛볼 권리가 없다.
파라오는 외로울 것이며 그것은 길 잃은 자의 절망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선박을 이끄는 선장의 외로움이다.
선장은 배를 둘러싼 신비한 힘들의 진리를 알아내 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라는 아버지 세티의 이야기를 잊지 않았으리라.
이같은 이유로 람세스2세는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폭염속에서 읽은 "람세스"는 바람직한 조직에 관한 필자의 경영철학을
반추하는데 좋은 거울이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