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민을 위한 한국역사' .. 개성있는 역사 개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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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노태돈 외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일반대중이 역사에 관심을 보일 때 역사연구자가 대응할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개성있는 개설서(또는 통사)를 쓰는 일이다.
이번에 노태돈 교수등 5명이 펴낸 "시민을 위한 한국역사"는 바로 이러한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을 접하고 느끼는 첫 감상은 필자의 구색을 잘 갖추었다는 점이다.
5명의 교수는 한국에서 각 시대의 연구를 대표하는 중견학자일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동문동학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보는
눈이나 역사를 정리하는 방법에서 이심전심의 공통성을 갖고 있다.
이 점은 서술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한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공동작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번잡함을 크게 줄이고 작업을 능률적으로 진행시키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의 편제상 특징을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본래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번역할 것을 전제로 하여 집필됐다.
따라서 내용이 평이하고 간결하다.
시대구분도 난해한 이론의 적용을 피하고 왕조를 기본으로 하되 왕조의
교체가 사회발전을 반영한 것임을 알수 있도록 노력했다.
필자에 따라서는 왕조내에서도 세기별로 변화의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서양사와 비교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둘째 이책은 외국인에게 한국사의 특성을 이해시킨다는 측면에서 문화사
서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종래 정치사 위주의 통사에 식상해 있을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청량제가 될 것이다.
다만 전근대에 비해 근현대의 문화사 서술이 소략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은 근현대의 문화사에 대해 기조적인 연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학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집필자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셋째는 현대사를 대단히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통사중에서 해방이후의 남북한사가 6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이 책 말고 없다.
현대사의 서술은 90년대초까지 이르고 남북한의 역사를 한쪽에 편벽되지
않게 모두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이 점이 오히려 일부 논자들로부터는 국적불명의 서술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볼수 있다.
집필자들은 이 책을 편찬하는 최고의 기준으로 "주체성과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안으로는 불신과 혼돈을 극복하고 밖으로는 세계화시대의
경제전쟁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역사의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전통 속에서 21세기의 길을 모색하려는 열린 민족주의
사서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주체성과 도덕성만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사실을 너무나 많이 포함하고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저항과 굴절, 압도하는
중국문명에의 몰입과 탈출 등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수많은 사실들이 존재
한다.
따라서 이것들을 포함하여 한국인의 체취가 물씬 풍기고 또 그 삶의
궤적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또다른 개설서가 출판될 공간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할수 있다.
실제로 독자들은 좀 더 개성있는 역사서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정재정 (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
저자 : 노태돈 외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일반대중이 역사에 관심을 보일 때 역사연구자가 대응할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개성있는 개설서(또는 통사)를 쓰는 일이다.
이번에 노태돈 교수등 5명이 펴낸 "시민을 위한 한국역사"는 바로 이러한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을 접하고 느끼는 첫 감상은 필자의 구색을 잘 갖추었다는 점이다.
5명의 교수는 한국에서 각 시대의 연구를 대표하는 중견학자일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동문동학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보는
눈이나 역사를 정리하는 방법에서 이심전심의 공통성을 갖고 있다.
이 점은 서술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한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공동작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번잡함을 크게 줄이고 작업을 능률적으로 진행시키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의 편제상 특징을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본래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번역할 것을 전제로 하여 집필됐다.
따라서 내용이 평이하고 간결하다.
시대구분도 난해한 이론의 적용을 피하고 왕조를 기본으로 하되 왕조의
교체가 사회발전을 반영한 것임을 알수 있도록 노력했다.
필자에 따라서는 왕조내에서도 세기별로 변화의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서양사와 비교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둘째 이책은 외국인에게 한국사의 특성을 이해시킨다는 측면에서 문화사
서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종래 정치사 위주의 통사에 식상해 있을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청량제가 될 것이다.
다만 전근대에 비해 근현대의 문화사 서술이 소략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은 근현대의 문화사에 대해 기조적인 연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학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집필자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셋째는 현대사를 대단히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통사중에서 해방이후의 남북한사가 6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이 책 말고 없다.
현대사의 서술은 90년대초까지 이르고 남북한의 역사를 한쪽에 편벽되지
않게 모두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이 점이 오히려 일부 논자들로부터는 국적불명의 서술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볼수 있다.
집필자들은 이 책을 편찬하는 최고의 기준으로 "주체성과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안으로는 불신과 혼돈을 극복하고 밖으로는 세계화시대의
경제전쟁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역사의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전통 속에서 21세기의 길을 모색하려는 열린 민족주의
사서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주체성과 도덕성만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사실을 너무나 많이 포함하고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저항과 굴절, 압도하는
중국문명에의 몰입과 탈출 등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수많은 사실들이 존재
한다.
따라서 이것들을 포함하여 한국인의 체취가 물씬 풍기고 또 그 삶의
궤적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또다른 개설서가 출판될 공간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할수 있다.
실제로 독자들은 좀 더 개성있는 역사서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정재정 (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