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때는 오히려 비싸야 잘 팔린다"

최근 2~3년간 고급술 개발에 주력해온 주류업계의 경영전략이 효험을 발휘
하기 시작한 것일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전체 술소비가 감소내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 맥주 프리미엄 위스키 프리미엄 소주등 고급술의 판매는
올들어 크게 늘어났다.

술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전체 맥주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가량 줄어들었으나
프리미엄 맥주의 판매량은 2백만상자(3백30ml,30병기준)로 2배 가까이 증가
했다.

프리미엄 맥주의 선두주자는 OB맥주의 "카프리".

카프리는 지난 상반기중 무려 1백54만상자(3백30ml,30병기준)가 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10만상자와 비교할 때 40%가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난 5월1일 "뉴카프리"가 선보인 이후 판매에 더욱 가속이 붙고 있다.

병을 목이 긴 롱넥병으로 바꾸고 병마개를 돌려 딸 수 있도록 만든
뉴카프리는 시판 한달만에 무려 9백만병이 팔렸다.

이는 기존 카프리의 월평균 판매량보다도 40%이상 늘어난 규모다.

조선맥주의 "하이트 엑스필"은 지난 상반기중 28만상자가 팔렸으며 진로의
"레드락"도 4월 출시 이후 두달동안 18만상자가 판매되는 빠른 성장세로
카프리를 추격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의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 고급맥주 시장규모는 지난해
(6천만병)의 4배인 2억4천만병에 이를 것으로 맥주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가 이처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맥주3사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품질을
한 단계 높이고 트위스트캡과 목이 긴 투명병을 사용하는등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급제품이 잘 팔리기는 위스키도 마찬가지.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체 위스키시장이 위축되는 추세이지만 12년산
이상의 고급양주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전체 위스키 판매는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4% 감소했으나 12년이상 숙성된
프리미엄급 위스키는 1백81만3천상자(4.2리터 기준)로 20.4% 성장했다.

프리미엄 위스키는 이제 일반 양주를 제치고 아예 위스키시장의 주력제품
으로 자리잡았다.

품목별로는 두산씨그램의 "윈저 위스키"가 64만8천2백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0%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조선맥주의 "딤플"은 지난해보다 16.7% 늘어난 48만3천상자가 나갔으며
진로의 "로비듀위스키"도 지난해의 2배가 넘는 4만8천6백상자가 판매됐다.

소주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맥주나 양주와 달리 전체 판매량이 늘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기는 했지만
프리미엄 소주도 선풍을 일으켰다.

올 상반기 전체 소주판매량은 가격인상을 앞두고 지난 4~5월중 일어났던
일부 도소매상들의 사재기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가량 늘어났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소주의 출고가 크게 증가했다는게 소주업체들의
설명이다.

프리미엄 소주는 10여개 브랜드의 각축전 속에 시장을 키워갔다.

올 상반기중 전체 소주시장에서 차지하는 프리미엄 소주의 비중은 8%대.

지난해 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와 보해양조의 "곰바우"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두산경월의 "청색시대"가 최근 도전장을 던져 업체별 품목별 판매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6월 시판되기 시작한 이래 고급소주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매달 평균 45만~50만상자(1천3백만~1천5백만병)
가 팔리고 있다.

보해의 곰바우는 지난 4월 시판이후 6월말까지 1천만병을 팔아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두산경월의 청색시대도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시판 한달만에
15만상자(4백50만병)가 나갔다.

두산경월은 이같은 초기런칭의 성공으로 3백만상자로 잡고 있는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바람은 이처럼 맥주 소주 양주등 주종 구분없이 술시장 전반에
불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급증은 소비의
고급화라는 소비성향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려는 각업체의 노력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급제품은 불경기에 오히려 더 잘 팔린다"며 "각사가 경쟁적으로
고급제품을 내놓고 있어 프리미엄 바람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