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저팬의 김태훈 대표이사는 13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법인설립 이래 9년10개월째 장기집권이다.

"진로"를 실은 차가 지나가는 것이라도 한번 보겠다며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
도쿄시내 긴자의 길거리에서 쭈그리고 앉아 몇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갔다고 그는 말한다.

"일하는 재미가 없었더라면 벌써 돌아갔을 겁니다"

94년 가을의 록본기 사옥구입, 한국식 고급레스토랑 "진로가든" 오픈, 6년
연속 45% 성장, 일본시장 점유율 2위.

그는 갖가지 기록들에 파묻혀 세월이 흐르는걸 잊고 지냈다.

그는 현해탄을 넘어 한국소주 돌풍을 몰고온 장본인이다.

법인설립 첫해인 88년도에 7억엔에 불과했던 매출을 지난해에는 1백87억엔
으로 늘렸다.

5억엔의 경상이익을 내 진로저팬을 일본내 8만4천3백81개 기업 가운데
5년 연속 소득증가율 16위에 올려 놓았다.

한국기업으로 랭킹에 명함을 내밀기는 물론 처음이다.

진로가 이처럼 돌풍을 일으킬수 있었던것은 고품질 고가판매 고유통마진제
공이라는 "3고" 전략 때문.

비싸게 팔아 남긴 돈을 유통업체에 듬뿍 주는 전략으로 단기간에 주류도매
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일본 최대 주류도매상인 고쿠부와 일본주류판매 등이 3백개 특약점을 통해
진로를 팔아주고 있다.

그는 2000년까지 앞으로 남은 3년여동안 꼭 하고 싶은게 있다.

바로 자체 유통망의 구축이다.

도.소매시장까지 장악, 일본소주시장을 명실상부하게 석권하는 것이다.

그 준비단계로 규슈의 후쿠오카와 도호쿠의 센다이에도 지점을 낼 예정이다.

창립기념일인 지난해 10월25일 고쿠부등 50개 주류유통업체들로 결성한
"진로회"도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일본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감히 누구도 엄두를 내지못하는 유통망 구축을
꼭 실현, 진로신화를 이어나가겠다"고 거듭 힘주어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