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300 추락사고의 원인분석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사결과는 이해당사자인 대한항공과 기체제작사인 보잉사, 유가족
보상에 대한 근거자료가 되기에 더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그러나 건설교통부 등 우리 정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사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측은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
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확인해 주고 있다.

이는 "항공기 사고는 사고발생국가가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는 국제민간
항공기구(ICAO)부속서 13의5 조항에 따른 것.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의 전권을 갖고 현장을 누비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건교부 공무원 등 우리 사고조사반은 다만 기체등록국가의 대표로 사고
조사를 지켜볼 따름이라는 것.

우리측 조사반원은 현장 조사, 블랙박스 해독 등 모든 조사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현재의 정황으로 볼 때 참관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미국측은 특히 지난 83년 소련 영공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007편 747보잉기
사건때도 사건의 단서가 될 블랙박스 가운데 일부만 공개한 "전과"가 있다.

이때 미국측은 블랙박스의 손상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문제소지가 없는
일부분만 공개, 대한항공 및 유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국제관계의 비밀을 담고 있을 내용이기에 공개를
거부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아가면서까지.

이번 사고는 특히 미국령 괌에서 벌어진데다 착륙유도장치의 결함 등
"명확한 외부조건"이 드러난 상태여서 미국측의 편파적인 조사가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항공전문가들은 "NTSB 주도의 조사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져 나오면 ICAO에
재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ICAO의 전문조사요원들이 재조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제관례상 사고발생국의 조사결과가 우선 인용될 수 밖에 없는
데다 ICAO에서도 미국의 입김이 센 것 아니냐"며 조사과정부터 범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망된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잿더미가
된 기체를 사고전 상태로 복원하는 잔해 복원작업도 예상되는 시점에서
조사활동에서의 양국간 힘겨루기는 더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