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차원에서 무역정책의 타당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발점은
80년대 후반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벌어진 농업보조금
논쟁이었다.

미국은 자유무역의 입장에서 농업보조금의 전면적철폐가,유럽연합은
관리무역의 입장에서 농업보조금의 점진적 철폐가 환경보호및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무역은 상호영향을 미치는
관계임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일정한 환경수준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의 생산활동이 생태계와
환경을 덤핑(eco-dumping)하는 불공정 경쟁행위라고 비판하는 움직임이
대두되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구체화됐다.

환경보호의 기회비용은 소비재생산을 포기하거나 산업생산력을 증가시킬수
있는 투자를 포기한 대가이다.

환경정화비용을 덜 부담하는 국가의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따라서 환경규제와 관련하여 "동일한 수준에서의 경쟁"이란 개념이
제기된다.

그러나 선진공업국들이 객관적 기준없이 후진국이나 신생공업국가의
환경규제가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무역제재를 할 경우
세계무역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공정한 무역질서가 유지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GATT는 마라케시 선언(94년)에서 개방적 무차별적 공정한 다자간
무역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한 노력간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다자간 무역협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역과 환경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WTO내에
"무역및 환경위원회"(Committee on Trade and Environment : CTE)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일부 학자들은 GATT는 국제협정에 불과했으나 국제기구로서 법인격을
가진 WTO는 분쟁해결을 전담하는 기구가 설치되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성이
있는 무역질서를 유지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WTO는 농산물 서비스 섬유 지적재산권을 체제내로 흡수해 규정을 만들고
일방적 규제를 억제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WTO가 완전히 규율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선 쌍무적 해결이
불가피히다.

특히 선진공업국들은 후진국 시장개방을 위한 쌍무협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덤핑조치를 주장하는 수입국은 수출국가가 경쟁적 시장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덤핑조치가 차선책으로 사용될수 있다고 주장한다.

GATT체제는 환경이나 사회정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역제재를
할수 없게되어 있었다.

그러나 WTO는 예외규정과 표준협약을 확대해석해 이같은 암묵적 보조에
대한 선별적 무역제재를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이 불공정무역에 대처하기 위해 반덤핑제도를 사용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환경이나 사회정책의 불일치로 무역제재를 실시할 경우에는
선진국들의 지대(rent)추구 내지 보호주의적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GATT의 무차별 조항과 유사제품 조항이 환경과 관련한 무역제재를
명백하게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모호성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WTO전문에 CTE가 리우회의의 "의제21"을 포함한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협약이나 국제선언을 수용해서 정책수립에 반영하겠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의제21중에서 2장은 후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국내정책을 도와주기 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한다.

이는 후진국에 대하여 환경규제 강화를 요구하거나 무역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WTO규정은 유사제품을 정의함에 있어 제품별로 규제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관련공정및 생산방법(Process and Production Methods : PPMs)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제품차별화 과정을 이유로 부당한 무역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PPMs라 함은 특수한 생산방법을 강요하거나 다른 생산방법 간의
비용차이를 조정하는 것을 강요하는 무역조치를 뜻한다.

호르몬을 주입한 쇠고기와 그렇지 않은 쇠고기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약품이나 화학제품은 어떤 특정한 생산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특정제품이 생산될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품별규제가 사실상 생산과정별
규제로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표준협약의 예외범위는 해석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생산방법과 관련된 환경규제와 연관지어서 무역제재를 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결국 WTO체제에서는 생산방법의 환경이 달라 국내경쟁여건의 국제적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무역제재를 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선진국들은 신생공업국의 수출을 억제하기 위해 무역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생산과정의 특허권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이며, CTE는 이같은 움직임을 강화시키는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

환경규제 미비로 야기되는 무역제재도 큰 맥락으로 보면 선진국들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는 반덤핑조치나
상계관세의 연장이라고 볼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무역제재를 피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물량의
확대보다 기술획득과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고급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공해제거기술을 발달시켜 특허권을 확보한 기업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이용, 생산방법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