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좁은데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요즘엔 택지로서의 적합성여부와는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으면 집이 들어선다.

특히 서울같은 대도시는 어떤 지형이든 온통 건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러다보니 사람이 살기 부적합한 지역도 무분별하게 택지로 개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저 교통여건이 웬만하고 근린생활시설이 그런대로 갖춰져 있으면 택지로
개발, 집을 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택지를 고를 때 지리적으로 어떤 곳인가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예로부터 풍수에선 산과 물을 중요시했다.

여기서 산과 물은 문자 그대로의 산과 물이 아니라 지대의 높고 낮음에
따라 구별되는 산과 물이다.

평지에서도 약간의 고저만 있으면 높은 곳을 산으로, 낮은 곳을 물로 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지대가 낮은 곳엔 물이 많이 고이므로
풍수에서 물로보고 높은 곳은 산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엔 선조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삶의 지혜가 반영돼있다.

서울의 경우 홍수때 한강수위가 인근지역보다 높아지는 만큼 강변지역은
침수의 위험이 있다.

물론 제방이나 양수장을 설치, 어느정도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천재지변을
인간이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서울의 몇몇 침수지역은 인근지역보다 가격이 현저히 싸다.

지대가 낮은 곳은 침수피해만 우려되는게 아니다.

요즘처럼 공해가 심한 시기엔 오염물질을 함유한 무거운 공기가 낮은
지역으로 몰리게 되므로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건강상 악영향을
미친다.

풍수에서 권하는 택지는 우선 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

이것은 음택(묘지)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이른바 명당은 한결같이 주변보다
약간 높아 볼록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집처나 무덤 모두 주변보다 높은곳에 위치하면 통풍이 잘 되고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데다 큰 비가 와도 침수되지 않는다.

결국 좋은 택지는 물을 내려다보면서 경사를 이룬 택지이다.

이같은 곳은 주변에 비해 지대가 높아 전망이 뛰어나고 소음이나 먼지
공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인간이 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