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와 같이 썩은 고기고 뭐고를 안 가리는 치사한 짐승이 되는 것을
거절하고 이미지를 일신해서 아주 모범적인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해야 착하고 잘 난 여자 김영신과 살 수 있는 자격이 생길 것이다.

그는 우직하게도 그렇게 되려고 이를 악물고 요새는 영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기도 쓴다.

그의 이런 변신도 모르고 이 뚱보 아줌마는 골프를 배우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알 수 없다.

도무지 그렇게 가르쳐도 엉망이다.

운동신경이 영 없다.

그녀는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태산이다.

슬쩍슬쩍 지코치를 바라보는 눈빛에 이상한 광채가 난다.

"특별 페이를 할게요. 못 하더라도 좀 참아줘요"

말이나 느물느물 걸지 말지.

"이것 보세요, 여사님 .제발 좀 허리를 이렇게 비트시라구요"

지코치가 그녀의 절구통같은 허리를 비틀라는 시늉을 하며 짜증을 낸다.

전에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면박을 주지 않던 그가 감히 어디에다
대고 짜증인가?

여사님은 약간 창피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다.

정말 이렇게 절구통 같은 아줌마들을 만나면 지코치는 울화통이 터진다.

"이보세요, 여사님. 에어로빅 좀 하세요. 그리고 허리를 돌리래두요.
그렇게 팔만 휘두르면서 나가면 안 된다구요. 살짝 이렇게"

그는 약이 올라서 골프공을 힘껏 때려버린다.

그물에 걸린 공이 살아 있는 생선처럼 부르르 떨면서 그물을 찢을 듯이
용틀임을 하다가 떨어진다.

"아니구 무셔라. 힘 좀 보소. 정말로 변강쇠네"

뚱보 아줌마는 징그럽게 그의 날씬한 허리를 만지면서 침을 꼴깍 삼킨다.

그녀는 그가 돈에 약하다는 정도의 소문을 듣고 있었다.

징그럽게 호색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지코치, 나하고 오늘
점심 할래요. 맛난것 사드리고 싶어요. 하도 속 썩여서"

전 같으면 그녀가 무슨 차를 타는가 눈여겨 보았다가 점심식사부터
데이트의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지금 그는 과대망상증 환자답게 영신과 약혼한 남자로서의
매너를 의식한다.

미지왕의 의식이 그를 광분시킨다.

절구통허리 해갖고 웃기지 마슈.

"오늘은 선약이 있습니다"

"아니, 지코치님. 영신이랑 민자랑 모두 지코치는 아주 기분좋게 점심을
같이 해주는 매너파라고 이야기 하던데요"

어이쿠, 이 여자는 김영신의 친구로구나.

확실하게 보여주어야겠구나.

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매너도 깍듯하게, "죄송합니다, 사모님.
연습하실 때는 딴 마음 먹으면 연습이 안 되십니다.

그리고 저의 룰에는 연습자와는 어떤 아프터 약속도 안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