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인한 종합금융회사의 신용추락이 자칫하면 신용위기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즉 일부 관측대로 현재 경영난이 심한 몇몇 종금사들이 올해안에
부도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렇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 나아가
우리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만일 일부 종금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기업어음을 중심으로 하는 단기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돼 멀쩡한
기업들도 흑자도산의 위기에 몰리기 쉽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실채권 정리를 서두르는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올들어 종금사들이 겪고있는 경영난은 유례없이 가혹한 실정이다.

종금사영업의 핵심인 여신 수신 외화자금이 한꺼번에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들어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등의 잇따른 좌초로
종금사들은 8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차입금리가 오르는 등 외화자금조달이
어려원진데다 국내 은행들마저 종금사에 빌려준 외화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달전 은행권에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 허용된뒤
수천억원의 뭉칫돈이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계정에서 은행으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영환경악화는 은행권도 마찬가지여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위주로 하는 종금사의 영업특성상 담보가 없거나 있어도
대출채권에 비해 태부족인 경우가 많아 종금사가 받는 타격은 은행에
비할바가 아니다.

특히 종금사는 주로 기업을 상대로 단기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에 비록 돈을
떼이지 않는다 해도 채권회수가 늦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에서 기업을 상대로 하는 자금수급이 단기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종금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종금사의
부도위기는 즉각적으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초래해 경제전반에 신용공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부실채권정리를 서두르는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던 나머지 제2금융권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졌기 때문에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수록 종금사의
영업이 위축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경기침체와 수출부진 그리고 잇따른 대기업부도가 한꺼번에 겹쳐
어려움이 가중됐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시원치 않으면 제3자 인수라도 서둘러
금융기관들을 짓누르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해줘야 하며 동시에 부실금융
기관들의 업종전환, 합병및 청산 등을 통해 현재의 경영위기가 더큰 불행한
사태로 악화되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