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12일자) 위기감 짙어가는 종금경영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난으로 인한 종합금융회사의 신용추락이 자칫하면 신용위기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즉 일부 관측대로 현재 경영난이 심한 몇몇 종금사들이 올해안에
    부도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렇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 나아가
    우리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만일 일부 종금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기업어음을 중심으로 하는 단기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돼 멀쩡한
    기업들도 흑자도산의 위기에 몰리기 쉽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실채권 정리를 서두르는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올들어 종금사들이 겪고있는 경영난은 유례없이 가혹한 실정이다.

    종금사영업의 핵심인 여신 수신 외화자금이 한꺼번에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들어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등의 잇따른 좌초로
    종금사들은 8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차입금리가 오르는 등 외화자금조달이
    어려원진데다 국내 은행들마저 종금사에 빌려준 외화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달전 은행권에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 허용된뒤
    수천억원의 뭉칫돈이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계정에서 은행으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영환경악화는 은행권도 마찬가지여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위주로 하는 종금사의 영업특성상 담보가 없거나 있어도
    대출채권에 비해 태부족인 경우가 많아 종금사가 받는 타격은 은행에
    비할바가 아니다.

    특히 종금사는 주로 기업을 상대로 단기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에 비록 돈을
    떼이지 않는다 해도 채권회수가 늦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에서 기업을 상대로 하는 자금수급이 단기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종금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종금사의
    부도위기는 즉각적으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초래해 경제전반에 신용공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부실채권정리를 서두르는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던 나머지 제2금융권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졌기 때문에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수록 종금사의
    영업이 위축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경기침체와 수출부진 그리고 잇따른 대기업부도가 한꺼번에 겹쳐
    어려움이 가중됐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시원치 않으면 제3자 인수라도 서둘러
    금융기관들을 짓누르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해줘야 하며 동시에 부실금융
    기관들의 업종전환, 합병및 청산 등을 통해 현재의 경영위기가 더큰 불행한
    사태로 악화되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치료는 이어달리기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F1 더 무비’를 보았다. 나이가 들어 다시 레이싱카에 오르는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다. 헬멧 안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와 코너를 빠져나가는 순간 마치 숨이 멎듯 사라지는 엔진음이 이어졌고, 화면은 내내 긴장으로 가득했다.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계속 떠오르는 것은 F1 경기가 아니었다. 주인공이 F1 무대에 오르기 전, 데이토나 경주에서 우승하는 장면이었다. 데이토나에는 ‘이어달리기’가 만들어내는 긴장이 있었다. F1은 두 시간 남짓, 한 사람이 끝까지 차를 몰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기다. 반면 데이토나 경주는 24시간 동안 한 대의 차를 네 명의 드라이버가 교대로 운전해 가장 멀리 달린 팀이 승리한다. 데이토나에서는 속도뿐만 아니라 얼마나 매끄럽게 바통을 넘겨받느냐가 경주의 흐름을 바꾼다. 승부는 ‘질주’보다 ‘교대’에서 더 자주 갈린다.실제 환자 진료의 모습은 대개 데이토나 경주에 가깝다. 고령 환자는 여러 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한 의료진이 모든 질환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보다는 문제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치료 담당이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심부전으로 심장내과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외과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하는 경우가 있다. 퇴원 시 바뀐 처방전을 받았지만,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데이토나에서 ‘교대의 순간’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의료에서도 다른 진료과로 옮기거나 병원이 바뀌는 전환의 시점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약물 오류와 재입원, 환자의 불안

    2. 2

      [서정환 칼럼] PBR 분석이 말하는 증시의 진실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대화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단골 메뉴이던 정치나 부동산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후끈 달아오른 국내 증시였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2400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5600 고지를 밟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1·2차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결실이라며 자화자찬하는 여당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학에는 특정 정책의 순수한 효과를 추정할 때 쓰이는 ‘이중차분법(DID)’이라는 잣대가 있다. 만약 한국 증시의 비상이 오롯이 정책의 산물이라면 우리 증시는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는 초과 수익을 올렸어야 한다.각국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는 다른 진실을 말한다. 2024년 말 0.9배이던 PBR이 코스피지수 5000을 넘어선 지난달 1.6배까지 오른 건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흥국 평균 PBR 역시 1.8배에서 2.2배로 동반 상승했다. 여러 정책을 시행한 한국과 그렇지 않은 신흥국 간 격차가 0.9배에서 0.6배로 소폭 좁혀진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이다. 선진국 평균과의 격차(2.5배→2.4배)는 별 차이도 없었다. 결국 우리만의 특별한 요인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라는 거대한 글로벌 조류에 몸을 실은 결과라는 뜻이다.증시를 견인한 엔진의 정체는 더 명확하다. AI 반도체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종목이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분의 약 60%를 차지했다. 정책이 내세운 ‘거버넌스 혁신’이 동력이었다면 지배구조 개선이나 소액주주 권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이 더 뜨겁

    3. 3

      [천자칼럼] 대학 도서관의 경쟁자들

      대입 수험생 시절 기대한 대학 생활의 가장 큰 로망은 도서관이었다. 수십만 권(현재는 수백만 권)의 책에 파묻혀 4년을 보낼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키운 환상도 한몫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 후 대학 도서관은 만남의 장소로 주로 이용했을 뿐, 그곳에서 책을 빌리거나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 간편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도서 카드를 일일이 찾아내 대출 신청을 해야 했는데 늘 대부분이 ‘대출 중’이었다. 폐가식 도서관의 가장 큰 단점이다. 변명 같지만, 도서관과 멀어진 결정적인 이유다.반면 열람실은 늘 만원이었다. 고정석을 차지하고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부터 전공 서적을 쌓아놓고 과제를 하는 학생까지. 다만 책을 읽는 공간이라기보다 독서실에 가까웠다. 가방을 던져놓고 온종일 ‘알박기’를 하는 얌체족이 적지 않아 빈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당시 대학 도서관은 책을 읽으려는 학생에게 그리 친절한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예전 도서관은 어쨌거나 대학 생활의 중심이었다는 얘기도 된다. 자리 경쟁, 대출 경쟁이 항상 치열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예전에 비해 친절해진 요즘 대학 도서관이지만 학생들이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서울대 재학생의 중앙도서관 방문 횟수 급감은 충격적이다. 2019년 135만 회에서 지난해 80만 회로 6년 새 40%나 줄었다. 같은 기간 도서 대출자 수는 아예 반토막이 났다. 인공지능(AI)이 지식을 간편식처럼 떠먹여 주는 시대에 긴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야 하는 독서는 비효율적인 일이 돼버려서일까. 전자책과 유튜브 등 도서관의 경쟁자가 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