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증가에 따라 보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위험에 대한 "리스크 헤지"외에 자기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 관리차원의
인식변화까지 일고있는 것이다.

다음 사례는 이같은 변화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가 토요일 오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유족들이 50여억원의 보험금을 타게 되었다.

이씨는 보험회사,수협 및 새마을금고등에서 많은 종류의 보험상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였으며,또한 자신 월급의 두배가 넘는 금액을 보험료로
매월 납입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보험회사와 유족간에 보험금 지급에 대한
이견이 조정되지 않아 시시비비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데 가장 근본적인 고려사항은 보험금 지급이
수익자와 모든 보험가입자의 입장에서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당한 사유나 근거없이 보험금의 지급이 거절되어서는 안된다.

보험에 가입한 후, 특히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경우, 수익자의 기대와는
달리 보험금 지급이 거설된다면 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것이다.

또한 보험회사의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러나 지급되지 않아야 할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모든 보험가입자는
그만큼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보험금 지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약관의 올바른
적응과 합리적인 보험관행의 정립이 절대적이다.

논쟁의 핵심은 보험회사측에서 이씨가 보험에 많이 가입한 것은 자신 혹은
유족의 이익을 위하여 역선택을 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을 이러한 의구심만으로는 거절할 수는 없다.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가 역선택을 하기위하여 보험약관의 특정규정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 책임은 보험회사에게 있다.

이것은 선의의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생명보험 회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생명보험에서는 기가입보험에 대한 질문 사항이 청약서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고객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아래 현재는 삭제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관행상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

다만, 이씨가 자살을 하였다던가 혹은 사기에 의한 보험가입이라는 것을
증명할 경우에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씨의 자살을 증명한다하더라도,보험가입후 2년이 지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손해보험 회사들은 이씨가 가입한 보험이 주로 상해보험이므로
약관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가입 보험계약건에 대한 고지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들어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고지 의무위반이란 약관의 계약전 알릴 의무와 계약후
알릴 의무 조항에서 "동일한 위험을 담보하는 다른 계약을 맺을때
보험회사에 알려 보험증권에 확인을 받을 것"을 위반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이씨는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보험회사로써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은폐도 보험금 지급 거절의
사유가 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이란 보험청약서 상의 질문표에서 질문한 내용으로
국한되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나, 질문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보험계약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이러한 논리를 적용시킨다면,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청약자가 40건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은폐에 해당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험금 지급 여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하지만, 재고되어야 할 보험 관행이 있다.

이것은 청약자가 고지하지는 않았더라도 보험회사가, 즉 모집인이나
대리점이 이씨가 그렇게 많은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회사에 보고를 하여 계약심사
과정에서 이씨의 청약을 재고하도록 만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보험 관행상 어디에서도 모집인이나 대리점에게 어러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의 논쟁은 실제로 보험사고가 발생한후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할때
언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보험 가입당시에 보험회사에 의하여
고려되었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미 보험에 얼마나 가입하고 있는가 혹은
가입 청약 중인가 하는 것이 보험회사가 승낙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가입보험 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여 왔다.

일부의 손해보험에서 기가입보험에 대한 질문 사항이 있는 것을 빼고는,
전혀 아무런 방법을 모색해 놓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기가입보험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보험정보는 질문 사항의
유무에 상관없이 청약자에 의항 은폐되거나 부실하게 고지될 수도 있다.

또한 보험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계약해지권의 제척기간이
경과한후 일수도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보험정보의 수집과 관련하여, 변화한 환경을 반영하는
보험 관행을 정립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첫째, 청약서 질문표의 내용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가입보험에 대한 질문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청약자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모집인들이 청약자에 대한 중요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보험회사들이 보유계약및 청약 건에 대한 정보를 필요야 따라
공유할 수 있도록 보험정보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 이를 위하여 계약정보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나 추가적으로
보완 수정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손생보를 통합한 보험정보관리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 정보의 유통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므로, 시행에 있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보험 관행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험회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