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은 규제한도를 초과한 6조7천억원에 달하는
빚보증액을 내년 3월말까지 전액 정리해야 하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올해 30대 그룹에 신규편입된 아남 거평 미원 신호그룹의 경우 한도
초과액이 자기자본의 2배를 넘는 막대한 규모여서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남그룹은 자기자본의 1백%를 초과하는 계열사간 빚보증액이 1조2천4백억원
에 이르고 거평그룹도 초과액이 1조3천6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원과 신호도 각각 2천9백억원과 7천3백억원에 달하는 초과분을 안고 있다.

부도유예대상인 진로그룹의 경우 경영악화로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채무
보증비율이 무려 4백62.0%로 지난해의 2백84.2%보다 크게 높아졌다.

또다른 특징은 계열사에 대한 빚보증이 주로 그룹의 주력업체에 집중돼
기업의 구조조정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의 상위3개사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보증액은 27조6천억원으로 전체
빚보증의 83.3%가 집중돼 있다.

특히 금호 한라 동양 한일그룹의 경우 주력 3사가 그룹 전체의 빚보증을
1백% 도맡아 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아 한솔 동부 아남 기아등 상당수 그룹들도 90%를 웃도는 집중도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비교적 신용상태가 양호해 채권확보에 유리한 주력기업체의
연대보증을 선호하는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에도 크게 기인한다는 것이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기업의 빚보증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점차 옮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2금융권의 경우 주로 어음할인등 단기금융으로 여신이 이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은행보다 보증요구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자 보험 종금 증권 금고등 제2금융권의 채무보증 비중은 지난해 34.7%
에서 올해는 39.9%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30대 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이같은 빚보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아예 여신을
상환하거나 회사명의의 보증을 오너등 동일인 보증으로 전환하는 것 등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채무보증의 해소방법으로 여신을 상환(51%)하거나 담보
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21%)하는 방법을 써온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보증을 오너 보증으로 전환한 입보대체도 11%였다.

뉴코아그룹의 경우 지난해 채무보증비율이 1천35.9%에 달했으나 뉴코아와
하이웨이유통이 합병해 두 회사의 맞보증이 해소되면서 올해에는 1백72.5%로
크게 낮아졌다.

계열사 끼리의 합병도 채무보증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공정위는 계열사간 채무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1백%로 낮춘데 이어
오는 2000년이나 2001년에는 계열사간 빚보증 자체를 완전히 없앤다는 방침
이어서 당분간 기업들은 상당한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출자총액제한이나 내부거래마저 철저히 규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게 됐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