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그룹의 고두모 신임회장이 11일 공식으로 취임했다.

지난 8일 회장을 전격교체한 미원그룹은 이로써 전문경영인 체제의 돛을
올렸다.

미원그룹은 이날 저녁 리츠칼튼호텔에서 계열사 임원 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 형태로 고회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미원은 당초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임창욱 전회장의 이임식과 고회장의
취임식을 함께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임전회장이 고사해 취임식만 거행했다고
설명했다.

고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미원그룹이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발판을 구축하는데 힘쓰겠다"며 "임직원 모두 긍정적 사고를 바탕
으로 업무에 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회장은 또 자신이 회장으로 선임된데 대해 "사장을 목표로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평사원도 회장이 될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임직원이 회장이 된다는 목표아래 노력한다면 회사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전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은데 대해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언급했다.

미원그룹의 신임회장 취임식은 외부인사 초청없이 그룹내부의 행사로
조용하게 치러졌다.

임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원그룹 관계자는 이.취임식을 취임식으로 축소한 것과 관련, "그룹사옥이
좁아 거창하게 이취임식을 할만한 장소도 없는데다 임명예회장이 워낙
대외적으로 드러내기를 싫어해서 그런 것이니 특별한 의미부여는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임명예회장이 지난 8일 이후 그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고
있는데다 이임식도 갖지 않은 데에는 또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임회장의 퇴진이 자의적인 것만은 아닌 것같다는 얘기다.

미원그룹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원의 회장 교체는
임명예회장의 뜻이라기 보다는 임대홍 창업회장의 결정에 의한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임명예회장이 새회장의 취임식장에 참석할 수있겠느냐"고
말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