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감정싸움이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MBC가 9월6일~11월9일 열리는 프랑스 월드컵 축구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단독 중계키로 하자 KBS와 SBS가 공동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

KBS의 이봉희 스포츠국장은 "지난 30년동안 합동중계대상이던 월드컵
지역예선전을 독점 중계하겠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동"이라며 "AFC
(아시아축구연맹) 마케팅사와의 계약협상을 위임받은 MBC가 이를 악용해
독점중계권을 따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MBC측은 지난해 12월 KBS가 아시안컵대회를 독점중계하면서
합동중계원칙은 이미 깨진 상태였고 이번대회도 공정한 자율경쟁을 통해
이뤄졌을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계약을 실질적으로 담당했던 윤병걸 MBC스포츠 제작부장은 "협상권을
공식적으로 위임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MBC는 노조에서 특보까지 발행하며 "독점중계 사수"를 외치고 있는 상태.

SBS는 양사의 정면충돌에서 다소 비껴있다.

정건일 스포츠국장은 "문제의 발단은 애초 원칙을 깬 KBS에 있다.

그러나 SBS와 MBC도 지난 6월 KBS를 배제하고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중계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대회는 원칙으로 돌아가 합동중계를 해야한다"
라고 말했다.

KBS와 SBS는 지난 8일 소집된 방송협회 스포츠분과위원회 (MBC 불참)에서
MBC가 단독중계를 강행한다면 향후 모든 국제대회중계에서 MBC를 제외할
것을 검토했다.

이에 대해 MBC측은 "이번 단독중계는 아무런 하자없이 이뤄진 일인만큼
번복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간 무한경쟁이 결국엔 외화낭비만
초래한다는 점에서 상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