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대표가 14일 기아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은
기아사태를 방치할 경우 집권당 후보로서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즉 연초부터 한보 삼미 진로그룹등 연이은 대기업의 도산사태에 이어 기아
문제도 장기간 표류하고 있어 경제침체에 따른 민심이반이 선거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고려된 것이다.

특히 이대표가 병역정국으로 조성된 "위기"가 기아라는 "수렁"으로 진전
되는 것을 우려해 더 늦기 전에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민간부문 불개입" 원칙에 따라 경제계 최대현안인 기아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 경영권문제와 노조문제 등을 놓고 기아그룹과
채권은행단이 팽팽한 대립을 보임에 따라 대안도 내놓지 못한채 전전긍긍
했었다.

더욱이 정부의 방관이 삼성그룹의 기아인수를 지원하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풍문이 나도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여권의 위기관리능력이 도마위에 오르자
이대표로선 더 이상 기아문제 해결을 미룰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대표는 이에따라 핵심측근인 서상목의원을 중재자로 파견, 기아와
채권은행간의 뿌리깊은 불신부터 해소하는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서의원은 최근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 김선홍 기아그룹회장과의 3자
회동을 통한 막후 절충에서 정부측에 "현 경제팀이 사태수습을 책임지라"고
요구했고 기아측에 대해서는 "기아의 3자인수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오해를
푸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이대표가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공장을 방문, "기아사태는 제3자가
들어와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기아 스스로 기업을 회생시킬 책임이
있고 기아 스스로 기업회생을 위한 확고한 의지와 능력을 발휘한다면 당과
정부는 기아회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다.

이대표의 이러한 "해법"제시로 기아사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상목 의원도 기아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전제한뒤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으나 잘되고 있다"며 "며칠 전에 비해 큰 진전이
있는게 아니냐"고 의미있는 답변을 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