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4동에 사는 주부 이영미씨(42)는 올 여름을 더운 줄
모르고 보냈다.

"노원 일하는 여성의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느라 아예 더위를 잊고
살았다.

이씨가 마흔을 넘긴 나이에 애니메이션을 배운 것은 네살박이 아들이
자라고 나면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공무원인 남편 월급만으론 생활을 꾸리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씨 뿐이 아니다.

올들어 취업전선에 뛰어들려고 취업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을 찾는 여성이
부쩍 늘었다.

직업능력을 갖춤으로써 남편 실직에 대비하기 위해, 또는 취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최근 "여성의 집"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하는 여성의 집"은 일종의 취업준비기관.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미혼여성과 육아 가사 때문에 정규직업훈련기관에 다니기
어려운 주부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전국에 17개소가 있으며 여성단체들이 정부 보조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여성의 집"은 취업에 적합한 전문직종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또 주부들을 위해 탁아시설을 갖추고 있고 수료생에게는 무료로 취업을
알선해준다.

직업훈련기간은 2개월 내지 6개월.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수업을 받게
돼 있다.

수강료는 월 5-8만원으로 일반학원보다 싼 편이다.

"여성의 집"의 인기 강좌는 <>애니메이션 <>아파트정원사과정 <>꽃집
경영 <>전자출판 등 주로 여성에 적합한 전문직종들이다.

애니메이션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해 여성적합직종으로 꼽힌다.

아파트정원시공관리는 일이 힘들지 않고 낮에 아파트를 드나들기엔
여자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여성의 집"이 권하는 직종이다.

"여성의 집" 수료생 취업률은 50%를 약간 웃돈다.

여성 취업난이 심하고 개인사업에 나서는 수료생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집"을 수료한 여성 5천9백여명 가운데
3천여명이 취업했다.

취업자의 절반은 간병인 파출부 양재사 도배사 등 단순직종이, 나머지
절반은 컴퓨터관련이나 조리사 미용사 등 전문직종이 차지했다.

전문직종 취업률은 애니메이션이 67%로 비교적 높고 조리사는 48%,
미용사는 39%였다.

지난해 "여성의 집"을 마친뒤 애니메이션업체 미조프로덕션에 취업한
이선영씨(25)의 경우 보수가 넉넉하진 않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돼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씨는 "고학력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최근 수년 사이에 "여성이라도
집에 틀어박혀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급속히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를 구하려면 여성에 적합한 직종을 골라 직업능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노동부는 여성 취업희망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2000년까지
"여성의 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