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Back-Up)센터 시장을 선점하라"

올해들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백업센터 구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섬에 따라 이 시장을 놓고 국내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업센터란 은행의 전산센터에서 처리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원격지에 세우는 데이터관리센터로 지난 2월 정부가 "금융정보망의 안전대책
강화방안"을 발표한후 구축 붐이 일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물론 전쟁 등 인재로부터도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업계에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하던 것을 강화, 이 방안을 통해 올해말까지 구체안을 만들어 제출토록
지시했다.

백업센터 구축사업에는 호스트컴퓨터를 비롯, 각종 대용량저장장치, 관련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장비 구입비와 통신망 임대료를 포함해 은행당 평균
2백~3백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중 36개 은행중 비교적 규모가 큰 20여군데만 센터를 구축한다고
고려해도 백업센터 구축작업이 일단락 될 2000년까지 최소 4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중 백업센터 구축사업의 선두에 나선 곳은 상업은행.

이 은행은 현재 사용중인 소공동 본점 건물을 회현동 신축건물로 99년까지
이전하고 본점건물에 90억원의 비용을 투자, 백업센터로 구축키로 했다.

한국은행과 조흥은행도 대전 둔산지역에 각각 50억원과 6백여억원을 투자,
백업센터를 마련키로 하고 내년중 구축작업에 착수할 예정으로 있다.

이밖에 국민은행 신한은행 제일은행 금융결제원 등 7~8개 은행및 유관단체가
늦어도 내년께는 백업센터 구축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은행권의 백업센터 구축붐으로 가장 큰 덕을 보게 된 업체는 역시
한국IBM.

이 회사는 그동안 은행권에 호스트컴퓨터를 독점공급하다시피 해왔다.

백업센터에는 기존 전산센터 호스트와 같은 기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백업센터 구축바람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IBM은 또 대용량 저장장치의 수요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IBM의 호환기종을 취급하는 청호컴퓨터(암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히타치) 등도 백업센터 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본격적인
제안활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업센터구축 사업에서 대목장을 보게 될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한국쓰리콤 베이네트워크코리아 등 외산 네트워크장비 공급업체들은 이번
은행권의 구축작업 진행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벌써부터 부산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백업센터 구축을 다소 미루거나 보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해야될
일인만큼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며 "그러나 이처럼 큰 백업센터 시장에서
국산제품은 하나도 쓸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