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함락을 위해 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치는 아가멤논.

딸의 복수와 정부와의 불륜으로 남편 아가멤논을 죽이는 클리템네스트라.

그리고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것에 대한 원한으로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를 죽이고 마는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와 딸 엘렉트라.

지난 11일부터 연극집단 뮈토스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뮈토스의 사람들"은 정의와 복수라는 "욕망"에 포로가 된 인간들의
이야기다.

원작은 그리스 비극 "그리스 사람들(The Greeks)".

유리피데스 소포클레스 호머의 비극들을 존 바톤과 케네스 카벤더가
재구성한 작품으로 연극은 아가멤논의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막이 오르고 나타나는 장면은 현대적 카페.

트로이전쟁에서 죽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아가 의자에 앉아있다.

이피게니아는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시간여행으로 초대한다.

이피게니아에 의해 인도된 카페안 사람들과 관객들은 그리스 비극의
인물들과 조우한다.

아버지가 딸을 제물로 바치고, 아내는 남편을 죽이고, 아들은 또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이 지나간다.

아버지 살해에 대한 응징으로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죽인 아가멤논의
아들과 딸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복수의 여신의 저주로 광기를 일으킨다.

극의 화자인 이피게니아는 욕망에 눈이 멀어 서로를 파멸시키는 인간
군상들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현대인의 자아상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울러 그리스 시대보다 더욱 다양한 욕망에 인간정체성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경고하고 있다.

연출자 오경숙씨는 "세기말적 징후가 나타나는 요즘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인간상은 무엇인가를 탐구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24일까지.

774-6543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