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발표한 "우리 경제.사회의 거품"이라는 조사자료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것일뿐 그 내용이 새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종업원대비 임원비중은 일본의 3~8배
미국의 2~5배다.

또 노조 전임자수는 일본의 3.3배 미국의 7배에 이른다.

종업원1인당 제조업생산액은 한국 11만달러, 일본 20만달러, 미국
16만달러로 우리가 훨씬 적다.

GDP(국내 총생산)대비 에너지소비량은 일본의 4배, 경승용차비중은
일본의 3분의1에도 못미친다.

GDP대비 1인당 연간 외식비 비중은 4.9%로 일본(4%) 미국(3%)보다 높고
인구 1천명당 음식점수는 한국이 10.9곳으로 일본의 6.8곳보다 훨씬 많다.

집안 살림살이건 나라 경제건 잘될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 따지는
이치는 간단하다.

버는 것은 못미치면서 씀씀이만 헤프다면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생활화한 과분수,그 흥청거림이 경제위기의 본질적 원인이다.

아직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일찍이 샴페인을 터뜨린데 문제가 있다.

정부 기업 근로자 그 어느 누구도 여기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최근들어 구조조정이란 말이 유행이지만 정말 뭔가 고치지 않으면 경제가
지탱하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구조조정은 반드시 기업에만 국한된 일일수 없다.

생활 곳곳에 배어 있는 거품을 걷어내는 일, 분수를 웃도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바로 그게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되새길 때가 됐다.

거품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진단이 가능하다.

GDP대비 전체 국토의 땅값이 5.4배로 미국(0.7배)은 물론 일본(3.9배)
보다도 높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거품이지만 또다른 거품을 부르는
원인행위가 되기도 한다.

결혼후 내집마련(한국 9.1년 일본 6.5년)이 어느 나라에서 보다 힘들다는게
이른바 신세대의 높은 소비성향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논리에서다.

구조적 모순때문에 느끼는 좌절감이 결국 먹고 마시고 노는 성향을
극대화시킨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같은 분석이 반드시 옳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일하고 저축하려는 동기나 의욕이 적잖이 퇴색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목표의식,곧 가치관에서 혼돈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따지고 보면 바로 이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국제수지적자로 외채가 쌓여만 가는 것도,
기업부도가 줄을 잇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다.

모두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