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금융선물 중심지는 런던인가. 아니면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질
것인가"

유럽단일통화 도입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과 독일간에 유럽최대
금융선물시장의 자리를 놓고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화통합을 계기로 프랑크푸르트를 유럽금융선물시장의 "메카"로 육성하겠
다는게 독일의 전략인 반면 영국은 런던의 위치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양국간 싸움에 불을 댕긴 도화선은 99년부터 시행되는 유럽단일통화.

유러(Euro)화가 도입되면 환리스크에 따른 헤지의 필요성이 없어져 유럽
각국의 금융선물시장은 거래규모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상품 정부채 금리선물 및 옵션상품을 더 많이 거래하기 위한
시장간의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선제공격을 가한 곳은 프랑크푸르트금융선물시장(DTB)이다.

연초 파리시장(Matif)을 제치고 유럽제2의 금융선물시장으로 올라선
여세를 몰아 "타도 런던"을 선언하고 나섰다.

공략무기는 독일정부채.

유럽최대규모인 자국정부채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런던의 우위를 빼앗겠다는
전략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거래되는 10년 장기채 및 금리선물 옵션거래 비중은
현재 39%.

단일 통화이전까지 이를 45%수준으로 높이겠다는게 독일의 야심이다.

또 만기가 30년인 독일정부채 거래도 주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게다가 파리 및 스위스증권시장과 손잡고 유럽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상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은 "중심지가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런던금융선물시장(Liffe)은 이를위해 중기상품인 5년만기 독일정부채
선물거래를 최근 도입했다.

뿐만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카운터 펀치로 세계최대 금융선물시장인
시카고(CBOT)와 제휴, 상품의 상호거래를 시작했다.

지난해 런던에서 이뤄진 파생상품 거래건수는 1억7천만건.

이에반해 프랑크푸르트는 8천만건에 불과, 거래규모면에선 런던의 절반
수준이다.

런던의 "지위"는 올해들어 더욱 확고부동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런던시장의 거래규모가 지난 상반기중에 전년동기대비 22%늘어난 1억건을
돌파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는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일은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로 유럽단일통화를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영국은 통화통합(EMU)에 당분간 가입하지 않을게 확실해 고객들이
아무래도 독일금융시장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시장이 채택하고 있는 전자거래시스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런던의 오랜 관행인 공개호가방식에 비해 거래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런던시장관계자들은 "공개호가방식은 전자거래에서는 불가능한
상품거래의 유동성과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양국 금융시장간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은 보다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하느냐에 있기보다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력
(테크놀로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