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은 16일 김포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채권단에 협조
하는 것이 기아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해 정부도 김선홍회장의 사표를
받겠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장관은 이런 관점에서 "기아측이 기아특수강을 현대, 대우와 공동경영키로
하고 아시아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합병하려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임장관은 또 자동차산업의 주무장관으로서 사태해결을 위해 김회장에 대한
설득과 기아와 채권은행단간의 중재노력을 계속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회장과 9일 만났는데 어떤 논의가 오갔는가.

"기아를 제3자에 인수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또 김회장 스스로 마음을 비우라고 말했다.

주무장관으로서 자동차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회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김회장의 반응은 어땠는가.

"지금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김회장의 반응은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다"

-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평생을 자동차산업에 바친 김회장답게 마음을 비우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아를 살리려면 채권은행단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기아측이 채권은행단에 협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기아측은 김회장이 떠나면서 3자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기아측은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면 채권은행단이 제3자에게 기아를 인수
시킬 것이라고 나도 의심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

하지만 제3자 인수계획이 없음을 재경원장관과 본인이 이미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는가.

이제 이를 이유로 내세워 정부의 기아살리기 의지를 계속 의심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자구노력을 성실히해서 기아의 회생기미가 보이면 채권은행단도 김회장을
붙잡을 것이다"

-기아는 자구계획을 철저히 작성해 이행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동안 기아측이 취해온 자세는 채권은행단의 바램과는 어긋난다.

기아특수강문제만 하더라도 현대와 대우를 끌어들인 것(공동경영계획)
이라든지 아시아자동차를 기아자동차에 흡수합병하겠다고 하는 것 등은
채권은행단의 기대와는 상치되는 것이다"

-기아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렇다.

특히 자동차부품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많은 중소부품업체들이 기아뿐만 아니라 전체 완성차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채권은행단과 대립하는 것은 마치 부품업체를 볼모로
잡고 대결하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

기아뿐만 아니라 전체 자동차산업을 생각해야 하는 정부로선 김회장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