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명의만 빌려주고 예금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받았다면 실제 예금주는 실거래자가 아닌 명의대여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6부 (재판장 유철균 부장판사)는 17일 아내가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한 통장에서 인출해간 돈을 돌려달라며 김모씨가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반환청구소송에서 "은행은 김씨에게 8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부부라는 특수관계상 아내를 대리인으로 인정하고있는 거래관행과는
달리 주민등록상 실명확인을 거친 명의자를 정당한 거래자로 인정한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엄격히 적용한 판결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김씨가 아내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
계좌개설과 예금인출등 거래행위일체를 아내가 단독으로 했더라도 실제
예금주는 실명확인이 이뤄진 예금명의자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93년 아내 최모씨가 자신의 인장으로 외환은행 논현지점에
가계신탁 구좌를 개설하고 예금거래를 해오다 지난 95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를 즈음 새통장을 만들어 예금 8천만원을 모두 인출해가자 반환소송을
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