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초균 유전체(게놈)의 전체 염기서열 해독작업이 최근 완료됐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를 중심으로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달 15일부터
5일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9차 국제 바실러스 학술회의에서 지난 8년간
팀별로 진행해온 고초균(바실러스 서틸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결과를
종합해 내놓았다.

산업미생물 및 병원균중 염기서열 해독작업이 완료된 것은 하에모필러스
인플루엔자(호흡기병원균), 마이코플라스마 젠티탈리움(세포기생병원균),
E 콜라이(대장균) 등에 이어 이번이 10번째다.

고초균의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작업은 지난 89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의 5개 연구팀에 의해 시작된 후 유럽의 25개팀, 일본 7개팀,
우리나라 1개팀 등 35개 연구팀이 각각 일정량을 할당받아 수행해 왔다.

고초균 유전체의 염기는 총 4천2백15킬로베이스(1kb는 한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수 있는 유전정보, 염기수로는 1천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공학연구소 응용미생물연구부 미생물분자유전학RU의
박승환 박사팀이 한.프랑스 국제공동연구과제로 이 연구에 참여해 할당량인
53.3kb의 염기서열을 해독, 이 미생물의 생명의 비밀을 캐는데 한몫했다.

박박사팀은 특히 이미 알려진 고초균 유전자 10개 외에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유전자와 유사성이 없는 새로운 유전자 30여개 및 유사성이 높은
유전자 20여개 등 모두 67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박박사팀은 현재 이들 유전자별 기능을 밝히기 위한 후속연구를 추진중이며
새로 발견된 특이구조 등에 대한 연구를 외국팀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고초균 염기서열 해독작업의 완료로 미생물의 진화과정을 보다 완벽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실러스는 그람양성균을 그람음성균(그람이란 사람의 분류법)으로 대별
되는데 고초균은 그람양성균, 대장균은 그람음성균의 대표균주로 꼽히고
있다.

두 균은 20억년전 하나의 종에서 갈라져 각각 토양과 동물의 장을 서식지로
삼아 진화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염기서열 해독으로 이 두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를 변화시키며 진화했는지를 알아낼수 있다는 것이다.

두 미생물은 또 외래유용단백질과 약리활성이 있는 2차 대사산물의 생산
숙주로서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중요한 효소와 항생
물질 등을 생산하는데 더욱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박사는 "생명현상을 근원에서부터 연구하는 유전체 해독작업은 유전공학
분야에서 미래의 무한경쟁파고를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지렛대역할을 할 것"
이라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 및 연구역량을 보다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한편 유전체는 생물의 유전형질을 결정짓는 유전자의 총칭이다.

유전암호는 DNA에 존재하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4가지 염기의 서열에 의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염기서열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