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원 감축 등 자구를 전제로 부실금융기관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은행 등 금융기관합병의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측은 정부주도하의 인위적인 금융기관 합병을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
한데, 정부의 부실기관 지원이 그 명분으로 작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당초 이달중 한국은행에 2조원의 특융을 요청할
계획이었던 서울은행은 이 계획을 보류, 당분간 사태를 관망키로 방침을
바꿨다.

금융계는 또 최근 종금사들의 경영난을 감안할때 합병바람이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에는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동의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은 18일 이총재 발언의 진위를 파악
하는데 나서는 한편 정부측의 의중을 탐색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계는 정부가 내년초쯤 은행 합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실금융기관도 포함돼 있지만 우량은행간 합병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부실금융기관의 경우 "선 정부지원-후 합병"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합병에 따른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
정리해고 등 경영정상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있어서 노조의 동의를 확보
해둬야 한다는 것이 정부측의 논리다.

정부는 또 은행뿐만 아니라 부실징후를 보이는 일부 종금사들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