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통산이 부도에 이어 법정관리신청까지 치닫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계열사인 한주제지에 대한 무리한 투자였다.

한주제지는 매출확대계획에 따라 지난 95년부터 제지의 주력생산품을 기존
라이너지에서 크라프트지로 전환하면서 개발리스로부터 기계구입자금으로
총 1천5백억원을 끌어다썼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경쟁격화로 제지판매가 기대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6일 최종 부도를 냈다.

이에따라 1천4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던 한주통산도 연쇄부도에 몰린
것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부동산투자 <>주력업종인 의류업의 영업부진 <>베트남,
중국등 무리한 해외생산기지 구축등도 한주통산의 부실을 불러 일으킨 주요
원인이었다.

한주통산은 창업 9년만인 지난 91년 압구정동에 총 2백억원을 들여
본사사옥을 지었다.

당초 한주통산은 이 건물에 대규모 매장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생각만큼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본사건물의 감정가는 투자비보다도 적은 1백50억원이다.

특히 주력업종인 의류업의 장기불황은 한주통산에게 결정타를 가했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진 브랜드 리바이스를 라이선스 계약으로 들여와
국내에 "진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한주통산은 지난 93년 리바이스가
국내에 독자법인을 설립, 빠져나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따라 93년에는 매출증가율이 5%대에 머물고 순익은 56%나 급감했다.

한주통산은 이에대한 대책으로 웨스트우드 서지오버렌테 랭글러 밤슨
등 정통 진브랜드 4개를 새로 런칭했으나 별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의류업계의 불황이 겹치면서 지난해 매출이
14% 감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0%나 줄어들었다.

결국 한주통산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영업부진에 따른 ''2중고''에다 국내
자금시장 경색이라는 외부요인까지 겹쳐 좌초하게 된 것이다.

한주통산은 현재 싯가 6백50여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주통산은 우선 이들 부동산을 매각해 총차입금 1천억원중 일부를 갚을
계획이다.

또 웨스트우드등 4개 진브랜드와 남성복 기라로쉬, 유아복 팝아이등
적자를 내고 있는 6개 사업부를 폐지, 7백여명에 달하는 직원수를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한주통산 관계자는 "이들 6개 브랜드를 없앨 경우 매출은 4백50억원정도
줄어들겠지만 영업수지는 흑자로 돌아설것"이라며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에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한주통산 그룹산하 6개 전계열사의 금융권 여신은
1천8백61억4천5백만원에 이르러 부동산 매각과 일부 사업부 폐지만으론
해결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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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주통산 어떤 회사인가 >>

한주통산은 재계에서 "작은 대우"로 통한다.

박세영(57) 한주통산 회장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경기고 2년 후배로
대우실업시절의 창업멤버였던데다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으로 기업을
키워오는등 여러면에서 대우를 닮았기 때문이다.

박회장은 지난 82년 런던포그 코트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던
대원섬유의 부평공장을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기반으로
서우산업을 창업, 독자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한주통산의 모체다.

그후 국제그룹 해체과정에서 조광무역을 인수, 한주통산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사세확장에 나서 신발수출업체인 하남, 스웨터 수출업체인
삼리섬유, 재킷류 수출업체 수성등 10여개의 의류업체를 인수했다.

87년에는 강원도의 냉동공장을 매입, 한주식품을 설립하면서 업종을 화학
제지 식품등으로 확대해나가 한때 떠오르는 기업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