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 신포지구에서 열릴 대북 경수로사업 착공식은 한반도의 장래와
고나련해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비록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라는 국제기구가 끼여 있기는 하지만
우리 기술과 업체주도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북한에 지원하는 대규모
경협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분명 남북한관계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또 한반도문제에 대한 국제적 해결의 첫번째 성과라는 점은 평화정착의
발판이 되지 않을가 하는 기대를 걸게 한다.

대북경수로사업의 착공은 지난 94년 북.미제네바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2년 8개월만으로 지난해의 북한잠수함 동해침투사건으로 10개월가량
착공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리라 믿는다.

물론 아직도 신뢰기반이 구축되지않은 남북한 사이의 경협사업인데다
장기간을 필요로하는 대형사업이어서 어려움이 없을수는 없을 것이다.

여의도의 3배에 달하는 2백60만평의 면적에 남북한 연인원 1천만명, 1일
최대인원 7천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기가 모두 완공되기까지는 7년여가 소요되고 건설비용만도 50억달러를
훨씬 넘으리라고 한다.

실제 공사수행과정에서 해결돼야할 난제도 있다.

한.미.일 3국간에 협의돼야 할 사업비확정과 재원분담문제가 그중하나다.

비용분담비율은 사업추진시부터 문제가 돼왔다.

한국은 총사업비의 60%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금액기준으로
10억달러 이상은 부담할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상징적인 역할에 그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한다.

한국이 "봉"노릇만 하고마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됐던 것도 이때문이다.

앞으로 3국간의 협의에 의해 결정돼야겠지만 우리에게 너무 일방적인
부담으로 결론지어지는 것은 있을 수없는 일이다.

북한에 대한 핵투명성 보장은 결코 한국에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의 국내경제가 국제수지적자 확대등으로 결코 여유있는 상황이
못된다는 점에서 상당부분을 감당해야 할 우리로서는 큰 짐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 생각하면 경수로사업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보장해주는
발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값싼 대가일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일
한국에 대한 투자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오늘 착공된 경수로사업은 극히 초보적인 부지공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본격공사에 들어가면 7년여의 공사기간중 남북한의 사람과 기술, 물자가
한데 어울려 상호 이해를 넓히고 신뢰를 쌓을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제한된 구역에서나마 이번 경수로사업을 위해 남북한간 출입국에 따른
신변보장과 검역운송 노무계약 은행서비스등 모든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앞으로 늘어날경협추진에 따른 확대적용의 시범케이스로서 역할도
기대해 볼수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성공적인 수행으로 남북경협확대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초석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