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18일 발표한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및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에 대비, 현행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혁신하자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MAI(다자간투자협정)체제가 구축되면서 투자조건이
가장 유리한 지역에 회사를 설립하는 글로벌경영이 확산될 것인 만큼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질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정그룹의 지배권을 갖고 있는 오너가 주도면밀한 사전
평가없이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특정산업에 신규진출하는 행태가 더이상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재경원의 시각이다.

21세기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두뇌력과 창의력이 중시될 것인 만큼 기업을 통제하는 권력을 누가
어떤 형태로 장악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견제하느냐가 국내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이같은 발상의 전환을 추구하면서도 특정국가의 지배구조를
이식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한보및 기아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오너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단점을 갖는 만큼 기업의 상황에 따라 지배구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우선 그룹의 총수와 기조실(비서실)이 계열사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너 회장이 회사에 부당한 손해를 입힐 경우 민사상의 책임을 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은행등 채권단이 주거래기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면서 사외이사
로서의 권한행사및 이자율 조정등을 통해 방만하고 위험한 경영을 통제및
감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재경원안이 원칙적인 타당성을 갖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는 재계도 별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정부의 또다른
형태의 "대기업 목조르기"라는 오해와 불만을 살 여지가 크다.

재경원은 지난 1일부터 은행이 특정그룹에 대해 자기자본의 45%이상을
대출해 주거나 지급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를
도입한데 이어 앞으로 과도한 초과차입금에 대해서는 손비로 인정해 주기
않기로 결정한바 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도 계열기업간 상호지급보증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의욕이 날로 떨어지는 마당에 정부가 민간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개입하는 것 자체가 행정규제 신설이 될수 있다.

또한 외국인의 적대적인 기업매수합병을 반대하는 행위를 담합행위로 규정
해야 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국부의 유출을 초래할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함께 많은 은행들이 관치금융의 그늘에 있는 상황에서 채권자의 지배권
강화는 기업경영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초래하고 경영효율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밖에 외국에서도 소송남발및 위협소송의 문제가 제기돼 대표소송의
단독주주권 인정및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꺼리고 있음도 감안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향후 관련 법령 제.개정 과정
에서 충격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기하는 것이 중요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