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처리기술과 자동화기기 컨트롤러개발에 정열을 쏟고 있는
로파정보기술의 강병구(32)사장.

그는 지난 95년 10월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서구 등촌동 서울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마련하고 도약의 길을 다지고 있다.

동양공전 선후배지간인 4명의 동업자와 함께 내로라하는 제품을 선보여
언젠가 한번 크게 기지개를 켜보겠다는 일념으로 10여평 남짓한 사무실겸
연구실을 지킨다.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은 플라즈마 식각장비용 전원공급장치, 생산라인
원격에러모니터링 시스템, 음성합성순번 호출시스템, 차량점검
종합음성정보시스템, 엘리베이터 운행관제시스템, 사내전화교환망
라인점검기, 사내전화번호음성안내기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제품과 관련 4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이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병원에서 대기중인 환자를 접수순서대로
부르는 음성합성 순번호출시스템. 총 매출액은 지난해 6천만원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 현재까지 1억4천여만원을 올렸다.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올 목표인 3억원은 무난할것 같다고 강사장은
전망한다.

"일반인은 물론 관련직종 종사자들도 음성처리및 음성인식장치를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처럼 여깁니다.

없어도 되고 있으면 약간 편안한 정도로만 여기죠.

그러나 이 시스템이 보편화될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면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30%선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안전장치가 보강된 시스템을 내놓겠다고 말한다.

틈새전략으로 소규모기업이 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벅차고 대규모기업이
하기에는 사소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일단 전력을 다하겠다고.

그후에는 확고한 독자기술을 가진 제품을 내놓아 히트를 쳐보겠다는
결심을 비친다.

96년 2월 창업이후 로파정보기술은 다른 업체에서 의뢰해온 기술을
대신 개발해주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개발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테스트해왔다.

조심조심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면서 기초를 다져왔다.

이제는 상당한 자신감과 업무에 대한 탄력성이 붙었다.

엘리베이터 운행관제시스템을 대형 엘리베이터업체인 H사에 판매하기로
하고 협상중인데 앞길이 밝다.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아이템은 통신장비 등에 높은 전력량을 적재적소에
분산시키는 차세대 병렬운전식 전원공급장치의 개발이다.

이것만 수준급의 제품으로 태어난다면 세계적 벤처기업으로 일어설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고지에 오르기 위해 강사장과 동료들은 개미처럼 일한다.

매일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자정에 가까워져야 퇴근한다.

공휴일에도 별일 없으면 사무실에 나와 일한다.

괜찮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창업의 도전장을 낸 이들에겐 수년간
직장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연구개발과 함께 마케팅 수금에도 신경써야 하는게 곤혹스럽다.

또 담보없이 자금을 조달할때마다 아득히 높은 벽을 실감한다.

그러나 "앞으로 3년만 고생하면" 하는 자세로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