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복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재경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하고 본사가 후원해 지난 18일
열린 21세기 국가과제 토론회에서 발표된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및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이 그것이다.

이번 방안은 비록 논의를 위한 시안에 불과하지만 워낙 민감한 주제인데다
정부의도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

지금까지 우리기업의 지배구조는 지나친 소유집중에 따른 기업총수의
전횡과 선단식경영으로 인해 효율이 낮고 비리가 많다고 비난받아 왔다.

이번 방안은 이밖에도 채권자의 경영참여를 통한 외부감시기능 강화,
M&A활성화를 통한 비효율적인 경영전제, 기업지배권의 세습방지 등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사적이익추구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경제 틀안에서 이들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아울러 나라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이른바 역사적 경로의존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기업의 지배구조를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특정한
모형에 억지로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자는 원론적인 주장보다는 어떻게
현실과 조화를 이루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느냐는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중요하다.

한 예로 그룹 기획조정실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원들을 사실상의 이사로 간주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은 옥상옥의 규제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금지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도입을
허용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력집중을 가속화한다는 이유로 지주회사도입을
반대했지만 상호출자제한 여신관리규정 등 복잡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정책목표인 경제력집중완화는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주회사를 금지해야 할 실익도 없다고 본다.

또한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M&A를 허용하는 등 M&A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비효율적인 기업들의 퇴출을 촉진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그전에 공시제도강화,
외수 펀드정비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정비를 서두르고 동시에 지나친
경영권공방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 채권자나 기관투자가가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주주와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채권확보를 위한 경영참여가 어느 선까지
필요한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아직 금융자율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채권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가를 통한 정부개입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소송 요건을 완화하고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런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지나친
소송요건완화는 곤란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