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가 오는 24일로 5주년을 맞는다.

초대 주한중국대사로 한.중간 외교의 가교역할을 맡아온 장팅옌(장정연)
대사는 "중국에서 다섯자리 숫자는 "마디주년"(정년)으로 지난 일을 정리
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해를 뜻한다"는 말로 수교 5주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5년간 한국과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교류를
증진시켜 왔다.

특히 양국간의 경제협력은 날로 발전해 지난해의 경우 한국의 대중 투자액
이 모두 36억달러로 세계 6번째에 위치했다.

그러나 장대사의 표현대로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한.중간의 외교는 뭔가
새로운 질적인 변화를 구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그 변화는 "양국간의 돈독한 신뢰가 바탕이 될때 가능하다"고 장대사는
말했다.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지난 18일 오후.

본사 최필규 국제1부장이 서울 명동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 한.중
경협의 성과와 과제, 21세기 한.중 관계의 비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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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주한중국대사로 부임한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대사임기가 보통 3년인 점을 감안하면 꽤 장수한 편인데요.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장대사=대사한테는 자율성이 없습니다.

항상 본국 정부의 명령에 따를 뿐이죠.

지금까지 소환명령이 없는 것을 보면 대과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대사께서는 "경제외교관"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글로벌경제 시대의 바람직한 외교관상에 대해서는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장대사=과거에는 외교관이 정치분야만 담당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 갖고는 부족합니다.

무역 기술 환경등 모든 분야에 대한 풍부한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경제분야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

-한.중간에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진전만큼 정치나 군사적으로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장대사=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문화등 모든 면에서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합니다.

이점은 양국 고위층간의 상호방문 횟수만 봐도 금방 알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중수교이후 장쩌민(강택민)주석과 김영삼(김영삼)대통령간
에는 6번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외무장관끼리는 무려 19번이나 만났죠.그만큼 정치적인 협력관계도
돈독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유례없는 일이지요.

-장대사께서는 한국 산업계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기업들의 중국 진출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한다는 얘길
들었는데요.

<>장대사=한국 기업인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해와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실제 한국기업들이 중국진출 과정에 조언을 구해와 도움을 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우자동차의 산둥성 부품공장 프로젝트, 금호그룹의 고속버스및 타이어
합작공장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한국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장대사=세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좋은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현지 실정에 맞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현지 정부나 기관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적절한 파트너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특히 중국 국유(국영)기업들의 파산, 손실증대 등이 잇따르다 보니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휴대상 선정과정에 적잖은 혼란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장대사=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정부나 각종 기관들의 도움을 얻으면 그 리스크를 크게 줄일수
있을 거라 봅니다.

중국의 각 성이나 시에는 외국기업들에 지침을 주는 관련부서와 별도의
투자가이드가 마련돼 있습니다.

예컨대 베이징(북경)시에 투자하려면 대외경제협력위원회를 찾아가면
됩니다.

또 상하이(상해)에서는 "상하이투자가이드"를 참조하면 됩니다.

예상외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주한 중국대사관의 상무관을 찾아 요청해도 좋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하느냐도 한국기업들로선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장대사=중국은 워낙 땅이 큰데다 크게 7개 경제권역으로 나뉘어져 있어
그런 문제가 발생할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진출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죠.

-한국기업들이 중국진출과정에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장대사=현지실정을 정확히 모르고 독단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
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적인 관습대로 모든 일에 접근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죠.

기업대 기업의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현지 정부의 도움은 필요합니다.

또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서두르는 측면이 많습니다.

지나치게 서두르다보니 역으로 정작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우왕좌왕하다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죠.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내심있게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중국 프로젝트는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완성차사업권을 따내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은 "3대3소" 정책에 따라 완성차업체의 추가 진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완성차사업권을 따낼 지 관심이 대단한데요.

<>장대사=대우자동차는 산둥성에 짓고 있는 부품공장을 완성차공장으로
전환해줄 것을 이미 수차례 요구해 왔습니다.

또 현대자동차는 부품사업에 앞서 완성차부터 시작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완성차사업권을 따낼지는 아직 예측 불허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느 업체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투자여건이 예전보다 열악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외국투자도입의 기본정책은 무엇입니까.

<>장대사=국유기업의 체질개선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 연해지역과 내륙
지역간의 빈부격차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국투자도입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게 중국정부의 기본 원칙
입니다.

물론 이를위한 투자환경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중간 경제협력이 밀도있게 추진돼왔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
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중형항공기 프로젝트의 좌절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중간 경협확대의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장대사=중요한 건 서로간의 신뢰입니다.

중형항공기 프로젝트에는 저도 직접 참여해 뛰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중형항공기 사업은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양국 정부간의 입김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사업주체인 양국
기업들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서 결렬된 것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도 여지는 충분합니다.

현재 양국간에 진행중인 자동차 프로젝트나 고화질(HD)TV, 전자교환기(TDX)
등의 사업도 잘되가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도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이지요.

중형항공기외에 다른 기종의 공동개발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까.

<>장대사=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알수 없지만 항공기 분야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다른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경제가 과거처럼 고성장을 이룰 것인지가 세계 열강들의 대단한
관심사입니다.

장대사께서는 중국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장대사=중국경제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다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5백~6백달러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과제는 개혁과 개방을 심화시키는 것이죠.

물론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은 만큼 발전속도가 더딜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21세기 중반께 중등발전국 수준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이것이 중국정부의 현실적인 목표이기도 하죠.

-올 가을 열리는 제15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이(오의) 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이 부총리겸 외교부장으로 유력시된다는
등 말이죠.

<>장대사=저도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알았지만 그건 순전히 추측보도
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중국경제 개혁의 현안으로 등장한 국유기업의 민영화계획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장대사=언론이 흔히 쓰는 "국유기업의 민영화"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국유기업의 체질개선"이 맞는 표현이지요.

다시말해 낡은 관행에 젖은 국유기업의 체질을 현대화시켜 경쟁력을 갖춰
가자는 것입니다.

중국정부는 이를위해 일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주식제도를 도입할 예정
입니다.

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을 통폐합할 수 있는 틀도
마련중입니다.

-이런 움직임들이 결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볼수 있겠죠.

가입시기는 언제이고 가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장대사=중국정부는 WTO가입을 위해 10여년전부터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교섭이 잘 안되고 있어요.

미국측은 중국이 개도국인데도 선진국 수준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WTO는 완전한 의미의 국제기구라고 볼수 없습니다.

한국측의 협조를 구하러 곧 대표단이 방한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최대현안중의 하나는 4자회담 개최문제입니다.

이른바 "중국변수"가 이번 회담의 커다란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4자회담에 임하는 중국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장대사=한마디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것이 중국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입니다.

또하나는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남북한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과 북미간의 관계개선 등을 제의한바
있습니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모색한다면.

<>장대사=정치 경제 군사 문화등 모든 면에서 전면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신뢰구축이 중요한 선결과제입니다.

-장대사께서는 "일벌레"로 알려져 있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장대사=아침마다 대사관 정원에서 속보(빠른걸음)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관리법이란게 없습니다.

가끔 시간이 나면 포켓볼이나 탁구를 즐겨하는 편이죠.

< 정리=정종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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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베이징(북경) 출생(36년)
<>베이징대 조선어학과 졸업, 중국 외교부 근무(58년)
<>북한주재 대사관 근무(63년)
<>북한주재 1등 서기관(76년)
<>북한주재 참사관(86년)
<>아주국 부국장(90년)
<>초대 주한국대사 부임(92년)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