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우성 건영 한보건설(구 유원건설) 등 부도를 낸 대형 건설업체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데다 건설경기
마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해 이들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거액의 부실여신을 장기간 떠안고 갈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태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우성건설과 한보건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은 제일은행.우성건설
그룹을 인수하기로 했던 한일그룹이 1년2개월만에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제일은행은 21일 오후 3시 경쟁입찰을 통해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수참가자격을 재무구조가 튼튼한 24개 대기업으로 제한, 지난해
우성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미원이 제외돼 인수자를 찾가기 쉽지 않을 전망
이다.

게다가 우성에 4백69억원의 현금 지원을 하고 1조3천4백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선데다 80여명의 인력을 파견했던 한일그룹과의 정산문제도 있어
인수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인수자는 채권단과 한일이 우성 실사후 합의한 우성의 부채초과분
7천1백88억원을 그대로 인정해야만해 제3자 인수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보건설도 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18일 총자산이 8천억원을 넘는 37개 업체로 부터 한보건설
인수의향서를 받아 인수자를 결정하려 했으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한곳도 없었다.

3~4개 업체가 제일은행과 물밑접촉을 벌여왔으나 정작 인수의행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28일 한번 더 인수업체를 공모할 계획이나 참가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수의계약을 통해 해결하겠지만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부도가 난후 6차례의 입찰에도 불구하고 인수자를 결정하지
못한 건영은 서울은행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서울은행은 지난 3월이후에는 한화그룹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건영 자산에 대한 가격차가 너무 커 결렬됐다.

서울은행은 건영을 조기에 매각하기 위해 금융기관 대출금중 일부를 출자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대출금 상환금리 등을 놓고 채권기관들과의
시각차가 커 가까운 시일내 인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다.

그동안 한화 LG 신원 벽산 새한미디어 동성종합건설 등이 건영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