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해 회사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현행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미사용자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근로자가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연말정산
때 연월차수당 명목으로 금전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과장이 1년동안 연월차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연말에 회사로부터 한목에 수백만원의 연월차수당을 받는게 상례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가 사원들에게 연월차휴가를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하는
한편 미사용분에 대해 연월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빈발,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연월차휴가를 "유급휴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일부
사업장에서 수당지급여부를 놓고 노사간 논란을 빚어왔다.

경영계는 연월차가 비록 유급휴가이지만 휴가를 가지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휴가를 가지 않더라도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는게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연월차수당은 지난해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을 논의할때도
논란을 빚었다.

공익위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노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연월차휴가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그 기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수 있도록 하되
사용자의 사정에 의한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공익안을 제시
했다.

이 공익안은 지난 3월 노동법 개정때 노동계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행정해석 변경을 통해 수용한 셈이 됐다.

행정해석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으나 정부 공식입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연월차휴가제의 취지와 국제관행 판례 전문가
의견 등을 모두 고려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휴식을 통해 재충전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게 노동부의 시각이다.

노사가 이같은 행정해석을 수용할 경우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월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려는 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로서는 연월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수 있게
된다.

일손이 부족한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해석에 대해 노동계의 거센 반발 등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이정식 정책국장은 "근로자들에게 연월차휴가를 모두 사용하게
하려면 재충전할수 있는 문화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동료들에게 근로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휴가를 떠날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번
행정해석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