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기업들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중국시장
탐색전을 벌였다.

이젠 어느정도 대륙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진출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시장을 내수시장으로 정의하고 개척하거나 상대적으로 투자여건이
열악한 내륙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인력의 현지화로 성공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국내기업의 대중투자진출 패턴을 3회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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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7일 오후 베이징(북경)시내 옌사(연사)백화점의 LG전자제품
매장.

LG배지를 단 K(35)씨가 자사 TV의 진열각도와 볼륨등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고객이 다가서자 즉각 제품 설명에 나선다.

20여분간의 설명이 끝난뒤 고객은 구입의사를 밝혔고 이 LG직원은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소와 연락처를 알려준다.

요즘 베이징시내 대형백화점에선 이런 광경이 종종 목격된다.

국내 영업팀에서 일하던 K씨가 베이징에 온 것은 지난해 6월.

그는 국내영업팀에서 선발된 10명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공략의 "특명"을
받고 베이징에 와 밤낮없이 뛰고 있는 중이다.

LG전자가 국내 영업팀을 중국시장 개척에 투입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중국시장은 더 이상 해외시장이 아닌 내수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수출팀은 제품의 선적과 가격등에 주로 관심을 갖는데 반해 국내 영업팀은
경쟁사 제품과의 장단점을 비교해 가면서 고객의 구매의욕을 사로잡는 등
판매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

LG전자 국내영업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업일선에서 뛰는 중국 판촉요원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기주 LG전자 베이징사무소이사는 "영업센스를 가진 국내 영업담당자들은
중국에서도 적극적"이라며 "초기 중국시장 개척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국내 영업팀의 중국시장 투입과 함께 눈길을 끄는 대중국진출 방식은
한국제품을 들여와 일정한 소비층을 확보한 뒤 공장을 짓는 것이다.

동양제과의 중국시장 진출전략이 그 예이다.

동양제과는 지난 94년말 해외수출팀의 활약으로 베이징에 "초코파이"
총대리점을 설치했다.

이 회사는 외국기업이 중국내 유통업에 직접 참여할수 없는 한계를 극복
하기 위해 국내 영업팀이 총대리점의 영업망 구축을 거들었다.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 초코파이는 중국의 과자류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다.

동양제과는 이때를 공장건립의 적기로 보고 즉시 베이징에서 동남쪽으로
50km 떨어진 랑팡(랑방)에 연간 2천만달러어치 생산능력의 초코파이공장을
건설,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강병석 동양제과 베이징사무소이사는 "먼저 국내 판매방식으로 중국
제과시장에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후 공장건설에 들어갔다"며 "현지공장
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도 수출가격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 시내에서 초코파이가격은 12개들이 한상자에 15~20위앤(한화
1천5백75~2천1백원 상당)이다.

일양약품도 수출팀과 국내 영업팀의 "공동작품"으로 중국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양약품은 홍콩과 광둥지역을 통해 "원비디"를 대량으로 들여와 중국내
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린후 공장건설에 나선 사례이다.

수입가격이 3.22위앤(한화 3백38원 상당)인 원비디가 6위앤(한화 6백30원
상당)으로 불티나게 팔릴쯤에 지린(길림)성 퉁화시와 상하이(상해)인근
양저우(양주)시에 생산공장을 세웠다.

정일희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 총경리(사장)는 "한국내 영업전략을 구사해
한국내 생산제품으로 터를 잡은 뒤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중국시장 접근전략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임가공에
치중하던 한.중수교 초기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젠 중국진출에 "최고의 가치"를 두던 시기는 가고 한국내 영업센스를
바탕으로 성공의 기반부터 착실히 다져 나가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국내 영업팀의 지원을 받아 가면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대중진출 전략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