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회사의 적극적 권유에도 불구, 연월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회사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키로 방침을 정하자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은 21일 성명을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할 반노동자적 행정해석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연월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
1인당 연간 20~40일분의 임금이 깎여 임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근로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박인상)의 최대열 홍보국장은 "연월차수당은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라기 보다는 이미 임금의 일부로 굳어져
있다"면서 "사용자 편의대로 연월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임금삭감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노동부의 새 행정해석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화천기공 노동조합의 오병호(39) 사무장은 "회사가 바쁠 때는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하고 일감이 없을 때는 휴가를 가라고 강권한다면 근로자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월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아무때나 마음대로 휴가를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생산성본부의 강수환(38)씨는 "사무관리직, 특히 대기업
사원들 사이에서는 휴가를 부담없이 떠날 수 있다면 수당 대신 휴가를
택하겠다는 분위기"라면서 "새 행정해석을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계는 노동부 방침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경총은 "휴가 대신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휴가
사용을 기피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재충전에 필요한 휴식시간을 박탈,
생산성 저하 및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월차휴가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에게 휴식을 통해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재충전할 기회를 주는데 있다"면서 "노동부의 새로운 해석은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세화공업의 문인국(40) 사장은 "연월차 휴가는 쉬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회사 일로 휴가를 가지 못했다면 당연히 수당을
줘야겠지만 수당을 받으려고 휴가를 안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