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위치한 LG화학의 구포럭키 대리점의 K씨는 갑자기 판매관리
소프트웨어(SW)에 이상이 발생하자 대원네트웍의 서울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대원네트웍측은 모뎀과 전화선을 통해 대리점 PC에 접속,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 PC의 하드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살폈다.

곧 재고관리용 SW의 파일이 손상된 것을 발견하곤 통신으로 정상 파일을
대리점PC로 전송, 복사해 넣고 테스트까지 마쳤다.

이 회사는 웬만한 SW 고장은 호스트에서 고객의 PC(클라이언트)에 접속,
이상을 진단하고 호스트에서 클라이언트로 입력신호를 보내 마치 현장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원격지에서 고장수리를 끝낸다.

AS맨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원격지 PC에 접속, 컴퓨터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고장을 진단하고 수리하는 이같은 "원격AS"가 차세대 AS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원격AS를 활용하면 전화선 등 네트워크로 이어진 세계 어디에나 연결,
컴퓨터AS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에러를 빠르고 저렴하게 보수할수
있다.

또 최신 프로그램으로의 경신(업데이트)과 초보자 교육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 현장AS의 보조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원격AS를 지원하는 "AS도우미"용 SW가 잇달아 등장, 본격적인 원격AS
시대의 도래를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원격AS용 SW는 미국 시만텍사의 PC애니웨어.

시만텍코리아는 최근 윈도95 및 NT용 "PC애니웨어 32" 한글버전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전화선 인터넷 ISDN 케이블모뎀 등의 통신수단을 통해 다양한
기종의 상대방 PC에 접속, 제어하고 수리할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컴퓨터 원격통신 개발업체인 아란타는 전화선과 모뎀을 이용한 국산 원격
조정 프로그램인 "AS 박사95"를 내놓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이 제품은 수신자 요금부담(콜렉트 콜) 기능을 내장하고 전국 어느 곳이나
무한대로 설치가 가능해 자잘한 AS가 많은 SW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보급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PC메이커인 휴렛팩커드는 컴퓨터 고장을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
수리하는 SW를 내장한 기업고객용 PC(벡트라)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PC 마케팅 담당자인 보리스 엘리스만은 "이 제품은 기업이 연간
3천달러나 투자해야 하는 PC 보유비용을 절감하려는 컴퓨터 업계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라며 "구입 비용보다 보유비용이 기업의 정보기술책임자에게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PC업계에서 불어닥친 원격AS의 바람은 최근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세계 4천여개 대리점을 연결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
세계 최초로 이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각 대리점에 입고된 고장 자동차
수리방법을 알려주는 원격 정비 서비스에 나섰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상의 보안과 네트워크 속도 문제 등이 원격AS
실용화의 큰 걸림돌"이라며 "이같은 기술상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면 원격AS는
네트워크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현장AS를 상당부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